복시가 사라진 뒤 코로나 등 뒤에서 미뤄뒀던 건강검진 날짜를 잡았다.
복시도 겪어봤기 때문에 이번에 꼼꼼하게 검사해 보자고 부인과 검진병원과 날짜를 맞추기 위해 수원 KMI로 결정했다.아내와 내가 다니는 회사가 다르고 검사 가능한 병원 명단도 다르고 그래서 KMI로 결정했지만 다른 병원이었다면 갑상샘 검사가 명단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건 천운이랄까…
기본 검사 항목 외에 추가 검사 항목을 골라야 해 목록을 봤지만 지난해 친구 기석이가 갑상샘암 수술을 받은 게 생각나 아무 생각 없이 갑상샘 검사를 선택했다.복시를 위해 갑상샘 기능 검사도 했고, 아무 이상이 없어 의심 한 점 없이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골랐다.
생애 첫 대장 내시경으로 2주 전부터 식단관리를 하며 건강검진을 준비했고 건강검진 날에도 좋은 컨디션으로 별 탈 없이 건강검진을 마쳤다. 검진 결과는 2주 후 집으로 돌아와 앱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2주일 후 결과지가 도착했다. 건강검진 때마다 단골 고지혈증, 역류성 식도염, 과체중 등등. 올해도 어김없이 똑같네라며 아내의 눈치를 보며 결과지를 들여다보자 뭔가 이상한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악성 결절이 의심되기 때문에 상세한 검사를 필요로 합니다 악성 양성 음성 같은 단어에 익숙하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다음날 출근했는데 자꾸 그 문구가 생각나면서 개운치가 않아. 차갑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오다.KMI 결과 상담번호로 전화를 걸어 문의했다.악성이라는데 악성이라면 어떤 건가요?악성은 흔히 말하는 암이라고 생각하세요. 가까운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아야겠어요.] 전화를 끊고 내가 뭘 잘못 들었나 의심하면서 폭풍검색을 했다. 어둡지?캔 쓸래? 내가??
검색해 보니 세침검사를 통해 조직을 채취하면 정확한 결과가 나온다고 했다.회사에서 가까운 세침검사가 가능한 병원을 검색해 보자. 강남역 강남서울외과의원. 전화를 해보니 당일 진료가 가능하다고 해서 바로 팀장님께 말하고 귀가했다.다행히 회사에서는 유연근무제를 채택했고 그 당시 좋은 팀장과 좋은 동료들 덕분에 나는 회사보다 병원에 집중할 수 있었고 출퇴근 시간 조정, 휴가 등 모든 스케줄을 내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었다.병원에 가서 초음파를 먼저 해보자고 해서 초음파를 했다. 악성 혐의가 있는 것 같다는 소견으로 세침검사를 하기로 결정하고 지체 없이 바로 진행했다.
세침검사는 목에 부분마취를 한 뒤 초음파로 위치를 보면서 긴 바늘을 목에 찔러 의심되는 결절 부분의 조직을 채취해 검사하는 방식이다.
마취를 해서 통증은 없었지만 뭔가가 목을 꽉 누르는 느낌이 계속 들었다. 검사 후에는 감염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1시간 정도 구멍을 꾹꾹 눌러 놓아야 하므로 당일치기는 금지이다.
하지만 다 필요없는 결과가 중요해 채취한 조직을 검사기관에 보내고 결과를 받아내기까지 며칠 걸린다는 결과가 양성으로 나타나면 거기서 모든 것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며 악성이 나타나면 바로 큰 병원에서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일주일 정도 걸린 것 같아.일주일 동안 검색이라는 검색은 다 해봤고 악성의 경우 초음파로도 잘 보이기 때문에 악성 의심 소견이 나오면 그것이 맞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그래서 악성이라는 생각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봤다.가족들한테는 어떻게 말해? 회사에는 뭐라고 하지? 친구한테는 뭐라고 하지? 어떻게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지?
그리고 결과의 날이 되었고, 결과는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은 사실 처음 초음파를 봤을 때부터 거의 확신이 있었다고 말씀하셨다.다시 3차 병원의 진료의뢰서를 받아 수술 예정 병원을 정해 알려주면 조직샘플과 초음파결과지 등을 준비해 준다고 했다.
누구보다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아내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고 우리는 가까스로 담담하고 큰 감정의 동요 없이 통화를 마쳤다.지금 생각해 보아도 갑상선암에 대해 많이 검색해 봐서 그런지 걱정은 그렇게 없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