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의 실시간 순위에서는 일찍이 볼 수 없었던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 TV조선 내일은 미스터리 트로트의 인기에 힘입어 방송 관련 음원 다수가 100위 안에 드는가 하면 이른바 역주행 진입곡도 등장했다. 1위를 차지한 임용은의 2016년 데뷔곡 ‘무엇이 중 핸디’, 2017년 작 ‘무엇이 중 핸디’, 2018년 작 ‘계단이 아닌 엘리베이터’ 등 방송 전 발표곡들이 그 주인공이다.
그의 우승 특전곡 ‘이젠 나만 믿어’ 역시 상위권을 유지하면서 트로트에서는 그저 남의 일처럼 느껴졌던 ‘정렬’도 이제 현실이 됐다. 특히 기존 곡의 지각 순위 진입에는 팬들의 힘이 큰 역할을 차지하면서 과거 행사에만 의존하던 트로트는 서서히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 2020.04.27 작성 게시글입니다)
●중장년층 소비자들의 힘
임용은의 미스터 트로트 음원은 비교적 평균적인 이용자 연대 분포도(멜론일 기준)를 나타내고 있으나 이른바 역주행 진입곡의 소비 패턴은 다소 차이가 있다. 무엇이 중요한지는 겉에서 보듯 여성 이용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이다. 이는 기본적인 아이돌 보이그룹의 음원에서 볼 수 있는 현상과 비슷하다. 또 주로 새벽아침 시간대에 등장했던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즉, 일반 소비자보다 팬덤 중심의 음원 소비가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비율이 2/3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5060세대 이상으로 범위를 줄이면 37%, 심지어 60대 이상 이용자도 11%에 이른다.
그동안 카카오톡이나 유튜브에 비해 모바일 음악 서비스는 노인들의 불모지로 여겨졌다. 1030대 이용자가 중심이 되면서 순위 역시 자연스럽게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음원이 강점을 발휘하기 일쑤였다. <미스터 트로트>를 계기로 신인 스타를 발굴하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팬덤이 열혈 스트리밍을 통해 응원에 나서는 일련의 과정은 중장년층도 젊은이 못지않게 음원 시장에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파트너스로서 일정액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행사+공연 대신 TV 위주의 활동도 한몫 해
임영은 뿐만 아니라 영탁, 전동원 등 <미스터 트로트> 입상자들의 인기는 웬만한 아이돌 스타 못지않을 정도로 뜨겁게 이어지고 있다. 특히 관련 음원이 높은 현상은 과거 트로트곡에서 찾아보기 힘든 점 중 하나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트로트는 각종 음원 사이트 순위에서 장윤정 홍진영 개그맨 김영철 유산슬 정도밖에 이름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미스트롯> 역시 프로그램과 가수의 인기에 비해 음원 자체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대신 전국 순회 콘서트, 각종 행사에서 연일 매진과 관객 대거 동원 등으로 외면받던 트로트의 인기에 불을 붙이기 시작한다. 반면 미스터 트로트는 주로 TV 방송을 기반으로 인기를 확대시킨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전국 순회공연에 돌입해야 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상당 일정은 무기한 연기되고 말았다.
하지만 TV조선 사랑의 콜센터에 고정 출연하는 것 외에도 각종 TV, 라디오 프로그램에 수많은 게스트로 등장해 팬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이들의 출연 여부에 따라 시청률 상승폭이 눈에 띄게 달라질 정도로 확실한 성과도 얻고 있다. 아울러 아이돌 중심의 각종 음악 랭킹 프로그램에도 등장해 다양한 노래를 선사하는 등 폭넓은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각종 TV를 통한 홍보 활동은 여전히 올드 미디어에 대한 충성도 높은 노인 팬들에게는 확실히 눈에 띄는 기회의 무대가 된다.
시대 변화에 맞게 진화하는 트로트 팬덤 문화
많은 가수가 개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것도 팬 확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임용은은 어느새 구독자 수 50만 명을 돌파했고, 기타 출연자 상당수도 개설된 지 얼마 안 돼 10만 명 이상을 확보했다. 직접 보지 못하더라도 대신 다양한 영상물을 통해 간접적으로 만나는 기회를 마련해 이들의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시킨다.
아이돌 그룹의 팬카페 운영 사례를 벤치마킹하면서 노인 중심의 트로트 팬클럽도 체계적인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다. 스타들이 출연하는 방송 현장에 도시락 등을 전달하는 것은 이미 기본이고 버스나 지하철 광고에 트로트 가수 생일 축하 내용이 등장하는 등 스타에 대한 애정 표현도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고 있다.
몇몇 커뮤니티에서는 신곡 발표 때 음원 스트리밍 요령도 알려주며 회원들의 꾸준한 응원을 독려하기도 한다. 음원 앱 사용이 서툰 노인들은 자녀와 손자에게 방법을 물으며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해 나간다. 한편 지정계좌 현금지급 식의 직접 후원 등 기존 트로트계에서 목격됐던 팬들의 성원방식은 이에 대한 문제가 지적되면서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물론 갑작스러운 인기팽창에 따른 부작용도 없지 않다. 극히 일부 팬이긴 하지만 특정 가수에게 지나치게 몰입한 나머지 네이버 뉴스나 TV 서비스 댓글을 통해 다른 가수에 대한 비방성 댓글을 남발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목격된다. 전동원 군이 직접 유튜브 영상을 통해 자제를 요청할 정도로 공사 중인 가수의 집을 찾아가 위험을 자초하는 행동은 멀리서 응원하는 다수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한다.
이를 두고 혹자는 이런 현상을 과도기에 비유할지도 모른다. 새로운 팬클럽 문화의 유입 과정에 따른 기존의 애정표현이 혼란을 겪으면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부작용이 밖으로 표출된다. 결국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다수의 움직임에 맞춰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풀릴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