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가 녹색병원 홍보대사가 되었어요! 은유 작가와 이정은

‘있지만 없는 아이들’의 은유 작가와 영화 기생충 이정은 배우가 미등록 이주아동 의료지원사업을 하는 녹색병원 홍보대사가 됐습니다!

은유 작가의 글을 함께 소개합니다. 🙂

몇 년 전 한 단체로부터 어떤 자리를 맡아 달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나는 매우 놀랐다. 대단한 자리는 아니었지만, 아니, 어째서 나(같은 사람)에게, 라고 생각했다. 자기 비나 겸손이라기보다는 성인이 된 이후 육아와 가사노동, 집필노동을 포함해 강력하게 일하면서도 변변한 명함 없이 지내온 나로서는 특별히 할 일 없이 직함이 생기는 게 어색했던 것 같다. 그런 건 중장년 남성들이 맡는 걸 주로 봐온 탓도 있을 테고.

스스로 판단이 서지 않아 주변에 조언을 구했다. 반반으로 갈라졌다. 나보다 20살 많은 선배는 “하라”며 이같이 말했다. 작가라고 글만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활동도 필요하다. 지나고 보니 내가 너무 몸을 사려 했던 것 같아. 기회가 항상 있는 것은 아니다. 세월이 너무 빠르다.” 그 말에 흔들렸지만 최종적으로는 하지 않았다. 여성으로 나서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았지만 무엇보다 그 단체와 지속적인 교류가 없었고 개인적인 관심 이상을 두지 않은 상태에서 자리를 맡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았다. 그렇게 일단락됐다.

지난해 말 녹색병원 사무처장에게 연락이 왔다. 녹색병원이 2년째 미등록 이주아동 의료지원 활동을 하다 보면 2022년에는 서울시교육청의 지원으로 사업을 이어가게 되고, <있으나 없는 아이들>을 직원들과 함께 읽고, 그 책의 저자인 제가 미등록 이주아동 의료지원 관련 사업이 보다 잘 진행될 수 있도록 홍보대사를 맡아달라는 내용이었다. 참고로 2019년부터 <기생충>의 이정은 배우가 녹색병원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고 했다.다시 어떤 자리, 제안이 온 상황에 나는 또 잠시 당황했지만 이번에는 혼자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녹색병원은 동지들이 단식 농성이 끝나면 입원하는 병원이다! 그래, 일단 홍보대사가 뭘 해야 하는지 한번 물어보자. 책은 다 썼지만 책을 낸 시민으로서 사회적 책임은 끝난 게 아니라 미등록 이주아동들과 느슨한 끈으로라도 연결할 수 있었으면 했다.

어제 폭설이 내리는 가운데 사무처장, 홍보팀장, 사회복지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취재 과정에서 느낀 점을 얘기하더라. 미등록 이주아동 마리나는 죽기 살기로 했다. 수술비가 300만원이나 돼서 생각도 못했는데 사회복지사가 굿네이버스와 연계해줘서 전액 지원을 받아 무사히 수술을 마쳤다며 이같이 말했다.수술 후 진료까지 모두 무료입니다. 게다가 감사의 편지라도 쓰게 할 줄 알았는데 수술 후 사진 한 장만 찍어 버렸어요. 그 후 어디선가 굿네이버스 얘기가 나오면 저는 무조건 그곳이 너무 좋은 곳이라고 해요(56쪽).

저는 아이들이 받는 여러 지원이 혜택이 아니라 제 권리임을 느낄 수 있도록 편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리나의 말에서 보듯 그동안 의료복지는 선심성의껏 해왔으며 그 대가로 편지 쓰기 인터뷰 등을 아이나 어른이나 상관없이 무조건 요구했다. 그런데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왜 감사해야 하는가. 특히 아이들이 취약계층에 내몰리게 된 것은 (개인의) 불행이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인데.

어쨌든 녹색병원 의료지원사업 안에서 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이정은 배우가 홍보대사를 먼저 한다는 점이 중요한 판단근거와 지표가 됐음을 고백한다. 저 어쩌면 이정은 배우님과 사진을 나란히 올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뭔가 기쁜 일이다. 여러분도 네가 왜 거기서 나오냐며 놀라지 말라고 쓰는 글. 그리고 공교육 현장에 있는 샘물 미등록 이주아동에게 녹색병원을 소개해 달라고 알리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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