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지 않는다_심채경 천문학자는 별을

서관에서 제목과 표지만 보고 골라온 책이었는데 예상보다 더 좋았다! 글에 재치도 있고, 새로운 지식도 가르쳐주고, 어떤 부분에서는 눈물도 흘리게 했다. 내가 책 읽는 눈이 이렇게 많았느냐며 어깨를 으쓱하며 남편에게 자랑했다. 남편은 책 표지를 보면서 문학타운에서 출판했다고 한마디했다. 저자가 누구인지도 안 보고, 출판사도 안 보고 표지 디자인과 제목만 보고 고르는 건 분명 눈이 아닌 것 같다. 지난 번 도서관행이 성공했을 뿐이다.

이 책과 함께 빌려온 고작 혜성과 같은 걱정이에요가 가볍고 읽기 쉬운 에세이라면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는 천체에 대한 지식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길을 열어 준다. 우주과학자들이 어떤 방법으로 별을 연구하는지, 그들이 책상 앞에서 열중하며 진행되는 대상이 무엇인지, 그 연구가 연구자 자신과 인류 전체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보여 주는 우주과학 책자 같았다. 책 분류가 에세이인 만큼 천체과학자로서의 개인적인 삶도 다루고 있어 진입 장벽이 높지도 않다. 별의 아름다움 이외에는, 별로 모르는, 나에게 딱 좋을 정도의 지식이 들어가 있었다.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츠마

그늘에는 본인이 비정규직 과학자일 뿐이고, 한 프로젝트가 끝나면 직업적 삶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다며 그저 그런 줄로만 알았다. 찬찬히 내용을 들여다볼수록 역시 이 사회의 비정규직 문제는 심각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수록 저자는 자신의 일을 정말 순수하게 사랑했고 진지하게 대해 왔으며 능력도 있었다.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돈만 좇는 자본주의의 폐해를 말하려는 글이 아니어서 더 이상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이런 사람들이 계속 연구할 수 있는 국가적 뒷받침이 꼭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공연히 들여다본다.

심채경 박사는 천체과학자이자 행성과학자이며 국내 유일의 타이탄(토성 위성) 박사다. 타이탄에서 박사학위를 받으며 자기 연구의 눈길을 지구의 달로 옮긴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본인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2019년 네이처지가 선정한 다음 달 과학을 이끌 차세대 과학자 5명에 들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과학자이다. 저자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어 책을 읽다가 어제 유튜브에서 유형준 교수와 함께 넷플릭스 드라마 고요한 바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봤다. 이미 이 방면으로 잘 알려진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런 사람이 글까지 잘 쓰다니 반칙이야.

어?

천문학 사용법을 논하는 사람도 있다. 갈 수도 없는 다른 은하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 우리에게 당장 어떤 도움이 될지 반문하는 사람도 꽤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 연구가 국가에 당장 부를 가져다주지 못하더라도, 오히려 세금 먹는 블랙홀처럼 보이더라도 천체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 그 연구자들은 이 우주가 우연히도 의미도 없이 단지 거기에 존재한다고 해도, 우주의 질서를 보고 인생에 의미를 부여한다. 사람은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 그러면서도 광대한 우주를 탐구할 정도로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별의 움직임으로 나라의 행복을 점쳤던 과거나 우주의 기원을 찾기 위해 우주망원경 제임스 웹을 쏘아 올리는 오늘도 하늘과 별은 우리에게 노래와 고백을 불러일으키는 경이의 대상이다. 그러니 우주를 사랑하는 나 같은 범인을 위해 누군가가 계속 별을 말해줬으면 좋겠어.

그런 사람들이 좋았어 다른사람들이보기에는저게대체뭘까라는생각에즐겁게몰입하는사람들.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정치적 싸움을 만들어 내지 않는, 대단한 명예나 부가 따라오는 것도 아니고, TV나 휴대전화처럼 보편적인 삶의 방식을 바꾸는 영향력을 가진 것도 아닌, 그런 일에 열정을 바치는 사람들. 신호가 도달하는 데 수백 년이 걸리는 곳에 끝없이 전파를 흘려 온 우주에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 나는 그러한 사람들을 동경한다. 그리고 그들이 동경하는 하늘을, 자연을, 우주를 함께 동경한다._p.13 저게 도대체 무엇인가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들

보이저는 창백한 곳을 잠시 바라보았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더 멀리, 통신도 닿지 않고, 누구의 지령도 받지 않는 곳으로. 보이저는 수명이 다하는 날까지 전진할 것이다. 지구에서 반출한 연료는 바닥났다. 태양의 중력은 점점 가벼워지고 빛마저도 너무 희미해져 간다. 춥고 어둡고 드넓은 우주로 묵묵히 나아간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각자의 우주를 만들어간다. 그래, 어른이 될 거야_p.156 창백한 푸른 점

우주를 떠다니는 커다란 돌멩이가 하나 있다고 하자. 그리고 이 돌멩이의 정체가 궁금해서 우주선을 하나 보내서 자세히 관찰하려면 사진기를 매단 부메랑을 던지듯 우주선을 보내서 돌멩이 주위를 지나면서 한번 관찰할 수도 있지만 주머니 사정이 좀 더 넉넉하다면 우주선이 잠시 이 돌멩이를 쫓아가며 편대 비행을 시킬 수도 있다. (중략) 같은 방향과 속도로 소행성의 궤도로 1백70mbrundbrunda를 가다듬는 것이다.

우주로 갈 때도 지구상의 미생물이 다른 천체를 오염시키지 않도록 대비한다. 지구에서는 멀쩡한 미생물이라도 다른 공간에서는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모르고 지구에서 무임승차한 미생물을 뒤늦게 발견해 지구 밖에서 외계 생명체를 만났다고 오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_p.189 수분하는 여행자

뉴허라이즌스의 책임연구자인 앨런 스턴 박사는 지금도 명왕성을 행성으로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우리가 명왕성을 행성으로 부르든 왜소행성으로 부르든 134340으로 부르든 사회에서 의도적으로 따돌림당하고 소외되며 존재 자체를 위협받는 자의 심정을 명왕성으로 이입시키든 말든 명왕성은 상관하지 않는다. 그 멀고 어둡고 추운 곳에서 하트 모양처럼 보여 지구인들에게만은 특별한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거대한 얼음 평원 스푸트니크를 아낀 채 태양으로 연결된 보이지 않는 중력의 끈을 쥐고 있을 뿐이다._p.245 명왕성이 사라졌다

다섯 살짜리 세 번째 아이가 우주에 푹 떨어졌다. 처음에는 언니의 영향을 받아 태양계 행성에 관심을 가졌는데 뭐… blo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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