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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2 자율주행 믿어도 되나? 미국서 10개월간 392건 사고 자율주행 사고 통계 처음 발표
임경업 기자입력 2022.06.1703:00 (조선일보)
15일(현지시간)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레벨2 자율주행 교통사고 통계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로 불리는 레벨2 자율주행은 차선 유지와 이탈 방지, 앞차와의 간격 유지 및 속도 조절, 충돌 방지와 차선 변경까지 컴퓨터가 수행한다. 미국 테슬라는 오토파일럿, 현대차는 HDA라는 이름으로 최근 3~4년간 출시된 차량 대부분에 탑재돼 있다.
NHTSA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10개월간 사고를 조사한 결과 총 392건의 교통사고가 레벨2 자율주행에 의해 발생했다고 밝혔다. 자율주행 기술 탑재에 가장 적극적인 테슬라 차량으로 가장 많은 273건의 사고가 발생했고 다음이 혼다(90건)였다. 현대자동차는 단 1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자율주행 상태 여부가 모호한 상황까지 합치면 실제 사고 건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관측된다.
NHTSA가 조사에 나선 것은 상용화된 레벨2 자율주행 기술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은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운전자가 ADAS를 과신한 나머지 긴장을 늦춰 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최근 기사에서 “테슬라 ADAS(오토파일럿)를 쓰는 운전자는 실험실 안의 기니피그”라고 썼을 정도다. 이번 발표는 그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인 셈이다. 미국 당국은 지난해 레벨2 자율주행 사고 시 제조사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했다.
◇미국 교통사고 사망자 16년 만에 최고치
미국은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가 4만2951명으로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0년과 비교해도 1년 새 10.5%나 증가했다. 그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 것이 ADAS다. ADAS가 탑재된 차량은 고속도로 등 제한된 환경에서 핸들에 손을 얹고 있으면 차 마음대로 도로를 달린다. 이 때문에 운전자가 긴장을 늦추는 부작용이 지적돼 왔다. 실제 각종 소셜미디어에는 ADAS를 켠 채 차량 핸들에 손을 얹고 자거나 스마트폰을 보는 운전자의 사진이 계속 올라온다.
특히 ‘오토파일럿’이라는 ADAS 기능을 대대적으로 홍보해온 테슬라는 자율주행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여론의 표적이 돼 왔다. 테슬라는 이에 맞서 “ADAS가 더 안전하다”며 지난해 4분기 테슬라 ADAS 사용 중 일어난 사고는 694만㎞마다 1건에 불과하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내놨다. 사고 빈도가 78만㎞당 1건인 일반 차량보다 오히려 낮다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이를 앞세워 테슬라 오토파일럿은 (사람이 운전하는) 다른 차량에 비해 10배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 버지니아 교통국의 최근 연구조사 결과는 다르다. ADAS 대부분은 고속도로에서 사용되지만 고속도로가 일반 도로보다 사고 확률 자체가 낮다는 것이다. 이를 보정해 확률을 계산하면 2020년 4분기 기준 테슬라 ADAS는 1억마일(1억6000만㎞)당 46.8건, 사람이 운전하는 경우 49.5건 사고가 예측됐다. 사람과 ADAS의 사고 확률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NYT “당신은 실험실 기니피그”
NYT는 이달 초 ADAS를 지나치게 과신하는 운전자를 ‘기니피그'(실험동물로 많이 쓰이는 설치류)에 비유했다. 아직 자율주행 기술과 사고 연관성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고 제조사가 데이터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아 안전성과 위험성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도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은 라이다와 레이더 없이 카메라에 의존한다. 카메라는 비·눈·무악 날씨에 사물을 파악하는 성능이 취약하다. 컴퓨터가 예측할 수 없는 변수에 대응하는 것도 아직 부족하다. 2020년 대만에서는 테슬라 모델3가 전복돼 누워 있는 트럭 트레일러를 인식하지 못해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항구 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에서 완전자율주행 택시를 상용화한다고 하지만 실상을 보면 비나 눈이 오면 운행금지이고 비가 거의 오지 않아 날씨가 맑은 지역에서 주로 운행한다”며 “자율주행 기술이 아직 운전자가 운전대를 두고 차를 맡길 만한 안전성은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