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너무 세련된 구조여서 일단 놀랐다. 1965년에 개봉한 작품이라니.
실제로 지금도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는 전투에 중점을 두는 영화가 많다.
유현목 감독의 순교자는 원작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그래서 전투는 거의 나오지 않고 평양에서 일어난 한 사건의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내용이다.
국군이 평양을 수복하기 전에 인민군이 점령했고, 그때 12명의 기독교 목사가 인민군에게 붙잡혀 학살당했다.단 두 목사인 신 목사와 한 목사만 살아 풀려나 마을로 돌아왔다.
사람들은 당연히 12명의 목회자들이 숭고하게 순교한 것이고, 두 명의 살아온 목사는 비겁한 배교자라고 지탄한다.
장 대령(장동휘)은 이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기로 하고 부하들과 함께 본부를 꾸리는데.
원래 한국영화 고전영화 팬이다. 틈날 때마다 다른 영화는 빼고라도 감상하는 편이다.옛날 한국영화는 소중한 우리의 자산이라고 생각하는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도 정말 멋진 고전 걸작 영화였다.기독교 신앙에 대해 심사숙고할 수 있었다.
미스터리가 진행되는 과정은 무척 궁금해졌다.과연 진실은 무엇일까.누가 순교자인가.
영화는 연극적이면서도 문학적이다.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 매끄럽게 교차하며 현재와 이어진다.
현재 시점은 중국 공군이 개입하기 직전의 전장 상황이다.
배우들은 또 얼마나 정신 차렸을까.
김진규 씨. (정말 멋진 분) 남궁원 장동휘 윤일봉 배우.
기독교 신에 대해 각자의 위치와 입장에서 고뇌하는 이야기들이 등장하고, 각 사정은 서로 치열하고 첨예하게 부딪힌다.
신학적 영화로 유명한 대표팀 감독으로 스웨덴의 잉그마르 베르히만이 있다.
그런데 유현목 순교자의 신학적 고민도 굳이 제가 판단하기에는 베르히만의 작품 못지않다.오히려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베르히만은 스웨덴 사람이고 유현목 감독은 한국 감독이라 그럴지 모르지만.
사실 중간부터 소감 포인트는 그러니까 진실이 뭐냐는 순수한 물음이었다.
영화는 구로사와 아키라의 라쇼몬처럼 반전을 여러 차례 보여준다.
다행히 엔딩에서는 정말 일어난 일들을 영화는 친절하게 들려준다.신 목사 김진규와 이 대위 남궁원의 긴 대화를 통해.
폭격으로 만신창이가 된 교회 예배당에서 두 사람이 대화를 길게 나눈다.
유현목 감독을 존경한다.사석에서 뵌 적이 있는데 정말 젊고 과묵한 분이었던 기억이 난다.
또 배우들과 캐릭터들이 얼마나 멋진지.
이번에는 미스터리로 보고 조마조마하면서 끝까지 보았다.조만간 다시 편하게 감상하고 싶다.
그래서 놓친 디테일을 찾는 기쁨을 맛보고 싶다.
원작도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꼭 읽어보자.필름 스피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