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술 후 첫 검진 이후 그 사이 3개월이 지났다.그동안 뭘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겠어.육체적으로는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 새벽에 일어나 간단한 운동을 하는 일상은 수술 전과 같았다. 다만 운동량은 대폭 줄였다. 사실 수술 전에는 내가 생각해도 지나치게 운동을 했었다. 새벽에 턱걸이 100개 이상씩 하고 출근했으니까. 많이 했네.
이제 턱걸이는 안 한다 뭐랄까?가슴이 뻐근하고 아픈 느낌이다. 갑상선암의 원인은 방사선 노출 정도밖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이 과도한 스트레스를 범인으로 여긴다. 저도 그렇고. 하지만 굳이 수면까지 줄이고 새벽에 운동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모레 40인데 굳이 등 근육이 필요한가 싶기도 하고. 뭘 먹는 건 적당히 먹으면서 맨살운동을 하는 수준이지만 몸이 그렇게 커지는 것도 아니고(또 크면 어떻게 하나). 다만 마른 몸에 살이 찌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봐야 한다.
육체적으로 많이 변한 부분은 잘 모르겠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턱걸이를 할 때는 상당히 뻐근하다. 그리고 푸시업도 수술하기 전에 비해 조금 버거운 감이 있는데 이건 아무것도 안 한다고 문제가 있을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사실 특별히 불편하지는 않다. 운동량을 줄이면 돼 다만 퇴근하고 집에 가면 눈이 멀어 졸릴 때가 흔하지만 수술 후유증이나 약 기운과 관련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기분 탓일 수도 있고
마찬가지로 약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조금 우울한 느낌도 없지 않은 것 같다. 블로그를 가족들도 가끔 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쓰기는 그렇지만 수술 전에 비하면 조금 무기력하고 감정 변화가 조금씩 사라지는 기분이다.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익숙해지겠지. 수치가 잘 나와서 약을 안 먹을 수도 있고.
지난 3월에는 코로나19에 한 차례 확진되기도 했지만 지난달에는 감기에 걸려 애를 먹었다. 신속항원검사를 두 차례나 했지만 검사 결과는 완전 음성이었다. 그래서 코로나는 아닌 것 같은데 태어나서 그렇게 콧물과 가래가 많이 나온 적이 없는 것 같다. 매일 콧물, 가래와의 전쟁이었다.
인후통도 꽤 심한 편이었는데 사실 그럴 리가 없지만 목만 아픈 것만으로도 ‘혹시?’ 갑상선 걱정을 하게 된다. 갑상선암이 재발 또는 전이됐다 해도 그게 이렇게 통증으로 느껴질 리 없고, 저는 반절제 수술을 이미 마쳤기 때문에 림프절이라면 더 귀 쪽으로 올라가 통증을 느껴야 하는데 어쨌든 목이 아프면 심리적으로 위축된다. 이런 게 제일 불편해
아무튼 육체적으로는 그렇고. 수술 후에는 책을 읽고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많이 쓴다. 뭔가 할 수 있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수술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수술이 끝나면 블로그를 재개하고 갑상선암 수술과 관련한 경험과 생각을 함께 업로드해 많은 사람에게 정보를 제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거의 매일 많은 사람들이 이 블로그에 들어와 글을 읽고 댓글도 남기고 있다. 서평도 쓰고 미국 주식 이야기도 쓰고 부동산 이야기도 쓰지만 갑상선암 이야기는 조회수가 늘어도 기분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그건 곧 누군가가 암 선고를 받고 고민 끝에 블로그 검색을 해서 유입됐다는 의미니까. 나도 이때가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 ddabong21, 출처 Pixabay 어쨌든 3개월간 신지로이드 0.375mg은 매일 아침 투약을 했다. 이번 주 채혈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초음파 검사도 있다는 사실은 머릿속에서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안 그래도 왜 채혈만 하고 초음파 검사는 안 해? 하다가 중앙대병원에서 보낸 문자를 받고서야 초음파 검사도 함께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아….
하마터면 꼬일 뻔했다. 채혈만 할 경우에는 언제든지 가서 검사하면 되기 때문에 아침 일찍 병원에 들러 회사로 출근할 생각이었지만 초음파 검사는 15:20이었기 때문이다. 이것도 나도 다른 점이었어.
채혈을 앞두고 8시간 금식은 내가 달력에 미리 메모를 해놨는데 아침에 신지로이드는 먹어도 되는지 잘 몰라서 병원에 전화해 물어봤다. 채혈할 때는 신지로이드는 먹지 말고 오라고 해서 그랬다. 전화를 끊고 나면 검사 후에는 신지로이드를 복용하는 건가요? 물어볼걸 그랬다. 모르겠어 하루 안 먹는다고 큰일나는 건 아니니까
검사 전날 전배를 앞두고 있어서 회식을 했다. 채혈 전날 고기를 먹지 말라는 얘기는 없었기 때문에 소갈비를 거창하게 먹었다. 그리고 새벽에 일어나 빵이라도 한쪽만 마실까 했는데 아내가 새벽에 조금 마시는 정도는 혈액검사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빵과 커피우유를 하나 마셨다. 6시에 먹었기 때문에 사실 15:00에 채혈을 했다고 해도 이미 9시간 금식이므로 가이드를 어긴 것은 아니다.
회사에서 14시가 넘어 나와 남태령 고개를 지나 흑석동 중앙대병원에 도착했다. 이 시간에는 처음 와봤는데 주차장 자리가 어떻게든 불편할 정도는 아니어서 차를 끌고 올 것 같았다. 접수하고 수납한 뒤 중앙관에 내려 채혈부터 했다. 그리고 이어 초음파 검사 접수를 하고 대기했더니 무려 40~50분가량 지연됐다.
와, 배고픈데… 아무튼 내가 마지막 환자였나 봐. 나를 마지막으로 목요일 검사가 끝난것 같아. 초음파 검사는 항상 긴장되지만 어제도 그랬다. 뭔가 결절이 또 보이나요?하고 묻고 싶었지만 의사도 귀찮은 듯 그냥 버렸다. 뭔가 결절이 보였다면 기계로 사이즈를 체크했을 텐데 딱히 그런 일은 없을 것 같았다. 한마디 대화도 없이 초음파 검사는 그렇게 끝났다. 잘 돼서 얘기 안 하겠지?
채소도 조절하고 더 무서워 보이는 부르르 병원을 나와 배가 고팠는데 혼자 와서 뭘 먹어야 할지 고민했다.또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을까 했는데 홍콩반점이 보여서 들어가서 탕찬밥을 먹었다.배가 터지도록 먹었네. 이곳 중앙대학교에 대학원을 2년 다녔지만 프랜차이즈 외에는 망하는 일도 많이 실패했고, 골목에 있는 식당은 혼자 들어가서 뭔가를 시켜 먹을 것도 무엇이라 별로 갈 곳도 없었다.
홍콩반점에서 먹었다. 학교 앞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많은 편이었다. 후~ 다음주에 결과를 들으러 다시 와야하는데 다음주에는 휴가를 내고 오는 만큼 좀 더 편하게 진료를 받고 끝나고 더 맛있는 것을 사먹어야겠다.
병원에서 내려다본 흑석초등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