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미드 <트루디텍티브> 시즌 1 정주행 리뷰

<트루 디텍티브> 시즌 1

형사물, 수사물을 좋아한다.쏟아지는 수사물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좀 더 색다른 사건, 자극적인 사건, 잔인한 연쇄살인 등 자극적인 내용이 쏟아지고 있다.

드라마보다 현실 뉴스 속 잔인함이 넘치는 세상. 자극적인 콘텐츠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사물에는 사건을 조사하는 형사 캐릭터의 매력이 사건보다 중요할 때가 있다.그 캐릭터에 매료돼 애정이 생기고 시리즈를 완파하게 되는 것이다.

셜록 홈즈가 그랬고 미드덱스터, 영 드루텔, 키링 이브가 그랬다.

차별화되며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형사물의 주인공 캐릭터는 마치 영웅의 일생과도 비슷하다.

그들은 비범한 능력과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반면 성격적 결함을 갖고 있는데 그것이 셜록처럼 본래 태어나는 것을 선트라이로 태어났느냐, 라우터처럼 아내와 딸을 잃은 슬픔으로 흑화됐느냐는 차이다.

트루 디텍티브 시즌1의 라스틴은 반반이다.

사고로 딸을 잃고 아내와 이혼하면서 피폐해진 부분이 있지만 원래 사교성이란 씨도 없고 남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무미건조한 표정은 옵션의 습기 하나 없는 깡마른 성격이다.

그런 그에게 형사 일은 적성에 딱 맞는 일이다.

집요한 성격과 뛰어난 육감으로 사건을 낱낱이 파헤치며 무엇보다 날카롭게 상대방의 심리를 꿰뚫고 정확하게 약점을 찌르는 능력으로 조사실에서 범인에게 자백을 받아내는 데 독보적인 능력을 지녔다.

주인공 라스틴 콜에서다.

인간에게 관심이 없고 사회성도 결핍된 라스틴이 왜 그렇게 사람의 심리를 좌지우지하는 데 길이 열리면서 범인 스스로 자신의 죄를 술술 날려버릴까.그 설정을 조금 이해할 수 없었다.

또 다른 사회성 장애를 가진 셜록만 봐도 셜록은 정확히 관찰과 행동 분석에 대한 나름의 과학적인 이론으로 그 분야에 천재적인 지식으로 그렇게 함으로써 설득력이 있지만 라스틴은 사회성 제로이지만 인간을 다루는 데 천부적인 재능이 있도록 설정된다.

어쨌든 예민하고 건조하기 짝이 없는 라스틴을 표현하기 때문인지 배우는 마른 몸으로 시종일관 저 표정이다.

러스틴 역의 ‘매튜 맥카노히’

영화 ’10일 이내에 남자친구에게 차는 법’ 로맨틱 코미디 속 저 행복하고 우스꽝스러운 남자가 <트루 디텍티브>의 러스틴과 동일인물이라고는 상상할 수 있을까.

어쨌든 연기를 위해 외모부터 표정까지 철저하게 러스틴이 된 ‘매튜 맥카나히’의 노력이 그의 캐릭터에 완벽히 몰입해 중후반으로 살짝 늘어나는 이야기를 견디며 완주시키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된다.

마틴, 라스틴 컴빌러스틴과 함께 사건을 조사하는 마틴

사진에서 보듯 마틴은 라스틴과는 정반대 지점에 서 있는 남자다.경력에 성공해 아름다운 아내와 토끼 같은 두 딸을 둔 완벽한 가정의 가장이다.커리어에서도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그에게 라스틴은 그저 이해가 불가능한 별종이다.

수사물에서는 셜록과 왓슨처럼 주인공과 서브의 케미도 매력 요소지만 사실 두 사람의 케미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일부러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마틴이라는 캐릭터는 별로 매력이 없다.게다가 남성적인 외모와 출세한 남성의 아우라로 영앤뷰티와 바람을 피우는 설정이 되어 있다.

<트루 디텍티브> 시즌1은 8회 에피소드가 진행되는 동안 두 사람이 조사하는 사건이 두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를 보여주는데

래스틴은 원래 무미건조하고 그레이 존에 살았기 때문에 그의 추락은 형사라는 튼튼한 직업에서 시골 바텐더가 되었을 뿐이다. (그는 원래 최소한의 물건만 둔 집에서 마약과 술을 삼키며 하루하루 간신히 버틸 뿐이었다.)

그래서 그의 추락이 그리 극적인 효과, 연민이나 공포를 가져오지 못한다.

반대로 마틴은 제대로 된 직장에 제대로 된 가정을 갖고 있었지만 형사직을 은퇴하고 사설탐정으로, 그리고 이혼하고 혼자 외롭게 사는 것으로 다소 폭이 큰 격동의 세월을 보낸다.

그러나 사실 그의 추락 원인이 그들이 추적하는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기보다는 원래 그의 결점(바람둥이, 정직하지 않음)에 기인한다.

때문에 마틴의 추락 역시 보는 이들에게 안타까움을 주기엔 역부족이다.

저 또한 스토리를 쓰는 사람으로서 중간에 재미가 떨어지는 지점, 두 주인공에 대해 완전히 감정적으로 몰입하기 어려운 부분이 바로 그 지점이었던 것 같다.

17년 후 변해버린 두 남자

다시 ‘트루 디렉티트’ 스토리로 돌아가면 1995년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 수수밭에서 발견된 한 여성의 시신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당시 잘나가던 마틴은 한눈에 봐도 다른 종의 새로운 파트너 라스틴과 함께 사건 현장에 간다.

사탕수수밭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여성의 모습을 본 두 사람은 이 사건이 보통 살인사건이 아님을 직감한다.

벌거벗은 채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자세로 죽은 여자.머리에는 기괴함을 더하는 사슴뿔이 붙어 있다

라스틴은 이것이 범인의 첫 번째 살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예쁘고 완벽한 솜씨라는 것이다.

두 사람은 엽기적인 연쇄살인마를 추적하기 시작해 우여곡절 끝에 범인을 잡는다.

그렇게 사건이 끝나는 줄 알았는데 그로부터 17년 뒤 두 수사관이 와서 마틴과 라스틴을 조사하면서 사건이 다시 시작된다.

드라마는 그 두 사람이 처음으로 사건을 추적하는 1995년, 그리고 17년이 지난 뒤인 2012년을 교차하며 보여준다.

처음 범인을 잡았다고 생각한 마틴과 라스틴이 다소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사실 그 시기가 두 사람에게 특히 라스틴을 오랜만에 맛본 평화롭고 인간다운 삶이었을 것이다.그러나 그 고요함은 폭풍의 전조일 뿐이었다.

속으로는 어떻든 겉으로는 지극히 평화로워 보였던 이들, 2002년 새로운 단서가 나타나면서 라스틴은 자신이 잡은 범인 이외에 진짜 거물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 사실이 두 남자의 인생을 떠들썩하게 한다.라스틴은 다시 수사를 시작하고 마틴은 손을 대기 싫어하며 진흙탕 싸움 끝에 헤어진다.

그리고 17년 뒤 수사관들의 조사 덕분에 다시 만나게 된 두 남자.

결자가 되라고 했는지 마틴과 라스틴은 다시 마음을 합쳐 결국 두 사람의 인생까지 어지럽힌 ‘괴물’을 잡는 데 성공한다.

그제야 두 사람은 17년의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진심 어린 교감을 하게 되면서 아주 느린 우정을 시작한다.

라스틴은 셜록과 많이 닮은 캐릭터다.하지만 셜록의 매력을 쫓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셜록이나 라스틴 모두 타고난 성격이 소시오패스에 가깝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여기에 차별성을 두기 위해서인지

본성의 결함+딸을 잃은 상실감을 더하는 설정으로 캐릭터의 색깔을 다소 모호하게 만든다.

차라리 ‘루터’처럼 원래는 따뜻하고 완전한 인간이었지만 아내와 딸, 그것도 자신으로 인해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상실해 오는 처절한 고통으로 인한 흑화였다면 더욱 공감도 가고 연민도 컸을 텐데 말이다.

어쨌든 캐릭터가 충분히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한편으로 더 아쉬움이 남는 시리즈였다.

<트루 디텍티브>는 시즌2, 시즌3까지 나왔는데 주인공이 모두 다르다. 그리고 리뷰를 찾아보면 그중 시즌1이 독보적인 것 같다.

남은 시즌은 나중에 심심해지면 한번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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