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의 ‘음원 공룡’이자 ‘음원계의 넷플릭스’로 불리는 ‘스포티파이’가 드디어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노래 듣는 것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스포티파이의 한국 진출은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고 오늘 여기 ‘아날로그 감성: 노래’ 카테고리에서 특별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전 세계 3억 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으며 글로벌 1위 서비스인 스포티파이의 등장과 함께 앞으로 펼쳐질 멜론, 지니, 플로우 등 기존 국내 음원 스트리밍 시장의 강자인 재래서비스와의 경쟁이 점점 가경해진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한 일이어서 그 양상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과거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 어느 날 조용히 나타나 순식간에 시장을 잠식했던 넷플릭스의 경우가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서도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요.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그동안 BTS나 블랙핑크 등 K팝의 전위 그룹들이 글로벌 시장을 석권하는 동안 저희는 ‘Spotify’라는 이름을 꼭 들어왔습니다.
그러면서도 그 실체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스포티파이의 한국 상륙이 큰 화제가 될 것입니다.
그야말로 ‘음원 공룡’으로 불리는 이 뮤직 플랫폼은 그 시작부터가 재미있는 스토리를 담고 있습니다.
스웨덴 음악가 가정에서 자란 괴짜 IT 전문가 다니엘 에쿠이가 25세에 만들었다는 스포티파이는 현재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업체가 되고 있습니다.
다니엘 에쿠이는 종종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비교됩니다.
다니엘 익스포티파이 CEO는 팝그룹 아바로 유명한 북유럽 음악 강국 스웨덴에서 2008년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는 비유를 들은 음원 서비스 전쟁에서 스포티파이가 잡스의 아이튠즈를 꺾고 음원 서비스 시장을 제패한 것은 놀라운 사실로 많이 알려진 이야기인데, 이 전쟁에서 에퀴가 선택한 전략이 잡스와는 정반대였다는 점이 매우 재미있는 내용입니다.
애플의 잡스는 과거 음악 파일 공유 서비스였던 넵스타가 사라진 음원 시장이 광범위한 저작권 침해로 침체됐을 때 그 해결책으로 곡당 0.99달러(약 1100원)라는 파격적인 가격의 콘텐츠 유료화를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에크는 불법 다운로드를 없애는 유일한 방법은 무료 서비스뿐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무료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한 것입니다.
스포티파이는 유튜브처럼 광고를 들으면 음악을 무료로 들을 수 있고 광고를 원하지 않으면 월액을 내는 모델로 수익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이에 더해 스포니파이는 넷플릭스 방식의 강점도 도입했습니다.
하나의 계정을 다수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해 전 세계 1억3000만명의 유료가입자를 모으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큐레이션 기능을 전격 접목한 겁니다.
특히 내 취향에 맞춰 몰랐던 노래나 신곡을 추천하는 플레이리스트 ‘디스커버 위클리’는 ‘헤어진 연인보다 내 음악 취향을 더 잘 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정교한 큐레이션 기능으로 정평이 날 정도입니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스포티파이가 드디어 한국 시장에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국내 음원 시장의 강력한 ‘메기’가 등장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제 스포티파이는 한국 앱스토어와 플레이스토어에 각각 앱을 등록하고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홈페이지를 통해 유료 서비스에 가입하면 모바일 앱이나 웹 플레이어 등을 통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스포티파이는 6000만개 이상의 음원과 40억개 이상의 플레이리스트를 보유한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인 만큼 커피숍에서 선곡 고민 없이 스포티파이 플레이리스트만 재생해도 ‘이 집 음악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할 정도로 막강한 추천(큐레이션) 서비스가 가장 큰 무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 오리지널 음원업체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스포티파이는 아티스트와 팬, 이용자가 직접 구성한 수십억 개의 플레이리스트를 바탕으로 알고리즘 기술로 취향과 기분, 상황에 맞게 개인화된 음악을 추천해준다.
단순히 좋아하는 음악을 찾아 듣는 것이 아니라 ‘발견’의 기쁨을 주는 서비스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룬 것입니다.

이러한 스포티파이를 국내에서는 그동안 정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접속할 수 없었고, 일부 음악애호가는 VPN이나 프록시 프로그램 등으로 우회 접속하는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이용하는 경우도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인지도나 관심이 국내 음원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한국에 진출한다는 얘기가 돌면서 드디어 서비스를 시작한 겁니다.
현재 한국은 세계 6위의 음원 시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동시에 ‘K-POP’의 본고장이기 때문에 스포티파이의 진출은 전혀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알려진 이야기를 들어보면 스포티파이가 그동안 한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많은 물밑 작업을 해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에 상륙하면서 스포티파이의 음악 에디터 팀이 준비한 한국 전용 플레이리스트를 앞세운 것이 그렇습니다.
한국의 인기가요와 신곡은 물론 장르별, 주제별, 아티스트별 플레이리스트를 다양하게 제공하고 유튜브와 우버이츠 등을 거친 콘텐츠 전략 전문가 박상욱 매니징 디렉터를 스포티파이코리아의 수장에 앉혀 국내 이용자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며 아티스트와 공존한다는 기치로 발동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아이유’ 노래가 없다는 게 음악 마니아들 사이에서 약점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면서도 아직 대비하지 못한 ‘3무’가 약점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겁니다.
스포티파이는 아이유와 에이핑크, 우주소녀 등 유명 가수와 레이블을 가진 국내 최대 음원 유통사 카카오M과 음원 계약을 아직 체결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카카오M 측은 현재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국내 음원 시장의 37.5%를 차지하는 카카오M의 음원 없이 서비스를 시작할 정도로 스포티파이와의 협의가 지연되는 이유를 모회사인 카카오가 국내 최대 음원 서비스 ‘멜론’을 운영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 음원서비스 시장은 멜론이 30%대 점유율로 1위, 그 뒤를 이어 지니, 플로우 등 통신사 계열 서비스가 3강을 이루고 있는 구도입니다.
그리고 ‘유튜브 프리미엄’과 함께 성장한 ‘유튜브 뮤직’과 네이버의 ‘바이브’, NHN의 ‘벅스’ 등이 있습니다.
스포티파이에 이어 글로벌 음원 시장 2위인 애플뮤직은 상대적으로 빠른 2016년 한국에 진출했지만 아직 음원 부족으로 인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업계 일각에서는 스포티파이도 한국에서는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스포티파이가 K팝 아티스트를 글로벌 시장에 소개하는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음반 제작사에 강력한 협력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스포티파이 측은 국내 아티스트들이 한국 팬들을 포함해 전 세계 모든 팬들과 연결될 수 있도록 항상 최선을 다하겠다는 점을 어필하고 있습니다.
국내 이용자 역시 좋아하는 모든 아티스트의 음원을 감상할 수 있어야 하고, 때문에 스포티파이 플랫폼에서 더 많은 음원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얘기지만 무료 서비스와 할인 혜택이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
스포티파이가 해외에서는 음원 중간에 광고를 듣는 독창적인 방식으로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이런 방식을 도입하지 않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스포티파이를 이용하려면 유료 프리미엄 서비스에 가입해야 하지만 요금제는 월 1만900원(세금별도)의 ‘개인’ 서비스와 월 1만6350원(세금별도)의 ‘듀오’ 서비스 2종으로 나뉘어 있으며 현재 7일의 무료 체험 기간과 이후 3개월간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을 뿐입니다.
더불어 ‘할인’이 없다는 점도 언급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국내 지역 업체들은 다양한 제휴사와 연계하여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통신사 계열사들은 통신요금과 결합해 큰 폭의 요금할인으로 이용자를 모으고 있는데 스포티파이는 그런 할인 혜택이 없어 상대적으로 요금이 비싸다는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
비싼데다 해외에서 적용되는 학생 요금이나 가족 요금 등도 없기 때문에 요금 부담이 크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보면 스포티파이는 아직 갖추지 못한 부분들을 서비스의 질로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부분에서 국내 토종 서비스도 잘 준비해 왔다고 알려져 있지만,
과거 인기 차트 위주였던 국내 음원 서비스가 최근 들어 스포티파이와 같은 큐레이션 중심으로 서비스 중심을 이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히려 오랜 시간 국내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쌓으며 이용 패턴을 분석해 왔기 때문에 주로 해외 이용자를 중심으로 하는 외국산 서비스보다 추천의 질이 결코 낮지 않다는 자신감마저 드러내고 있습니다.
아울러 국내 음원 소비자에게 친숙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거나 메신저와 AI 스피커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접근성을 높였다는 점도 국내 서비스가 내세우고 있는 강점입니다.
I-이런 상황에서 과연 스포티파이가 국내 이용자 눈높이에 맞는 서비스와 혜택을 제공할 수 있을까요?
저 벌써 손에 땀을 쥐는 것 같네요.
아직 스포티파이의 현지화 준비가 되지 않은 만큼 그 여파를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시장에 뚜렷한 강자가 없었던 OTT 시장과 달리 음원 스트리밍 시장은 재래업체들이 만만치 않게 버티고 있다는 점에서 스포티파이에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스포티파이의 한국 진출이 말만 무성하고 지연된 이유가 국내 음원 관련 업체와의 협상이 어려웠기 때문이라면 서비스가 시작된 현재에도 계정 공유나 무료 듣기 등 주요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되네요.
이미 많은 음악 팬들이 국외 계정까지 만들면서 스포티파이의 방대한 음원과 편리한 서비스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스포티파이가 국내에서 얕은 수를 쓴다면 팬들의 실망을 넘어 국내 음원 시장 전체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점을 스포티파이는 물론 국내 토종 플랫폼도 모두 명심하길 바라는 마음이 큽니다.
글을 마치면서 ‘5분 만에 알아보는 스포티파이에 대한 10가지 사실’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하나 같이 보겠습니다.
스포티파이가 한국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에 제작된 동영상이라는 것을 참고하세요.
오늘 글은 여기까지!
감사합니다。
졸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