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두달된 강아지 탈장 수술대에 오른다

집에 데리고 와서 미리 세팅해 놓은 울타리 안에 수북이를 넣어 둡니다. 울타리 얘기도 나중에 또 할 일이 있는데 울타리는 살 필요가 없어요. 울타리는 분양 후 종종 넘어지거나 부딪힘 등의 사고, 배변훈련이 이뤄지지 않은 어린이들에 대한 컴플레인 등이 있으며, 그로 인한 환불이나 후처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펫샵에서 추천하면서 시작된 관행이라고 합니다. 사료는 애완동물 가게에서는 숟가락으로 계량해 주라고 했습니다. 이것도 나중에 알아보니 터무니없는 양이었지만 혹시 분양 후 집에 오자마자 탈장한 부위에 문제가 생길까 봐 최대한 적은 양을 주도록 함으로써 사고를 지연시키고 시간을 벌려는 이유였습니다. 나중에 가족을 하나 더 넣을 거면 그때는 펜스에 절대 안 가둬요. 배변 훈련? 울타리 없이도 가능합니다.

집에 돌아온 고봉이는 당일 새끼 손가락 구절 정도의 똥(이것도 알고 보니 얼마나 적게 먹였는지 똥이 말라 뚝뚝 떨어질 정도)을 여러 번 싸고 불린 사료도 주는 듬뿍 받았습니다. 다음날은 제가 약속이 있어서 오후 3시부터 저녁 9시까지 6시 정도 밖에 있었는데 남편이 늦은 오후부터는 고봉이가 먹이를 안 먹는다고 문자를 보내서 갑자기 환경이 변해서 그런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서 안 먹으면 안 먹이고 내일 아침 먹이고 배고프면 먹겠지 그렇게 토요일을 보냈습니다. 사료를 하루에 4번 먹던 시기라 7시, 11시, 3시, 7시에 먹였는데 오전 11시까지 먹고는 안 먹었거든요.

집에 돌아온 다음 날인 일요일 아침에도 사료를 거부하고 설사를 하는데, 심지어 은아를 하는 자세를 취하고 힘을 주고 있는데 은아가 나오지 않아 불편합니다. 강아지를 처음 키워보는 우리도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동물병원에 전화를 해보니 강아지가 24시간 이상 먹지 않으면 저혈당으로 위험해질 수 있다며 빨리 병원에 데려오라고 했습니다.오전 11시쯤 병원에 가자마자 혈액검사(역시 저혈당 TT)에 수액을 받아 엑스레이를 찍어도 원인을 찾지 못해 조영제까지 사용하고 오후부터는 시간마다 엑스레이를 찍고 결국 일요일에는 오프인 원장까지 밤늦게 병원에 출근해 초음파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역시 탈장 부위가 문제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됩니다.

방법은 수술뿐인데 당장이라도 하는 게 최선. 하루 생각하고 오라는데 지금 당장 해야 할 수술인데 왜 하루를 생각하고 오라는 거죠? 들어보니 만약 펫샵과 이야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고 연계병원이 아닌 다른 병원에서 미리 손을 대버리면 펫샵에서는 계약 위반이라며 모른 척하는 경우도 있다. 신중하게 생각하라고 하시네요. 또 하나는 수술 중에 죽을 수도 있다는 얘기. 얼마 전 맹장 수술 중 돌아가신 코본보다 훨씬 크게 자란 강아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병원에서는 최악의 경우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겠지만 660g(하루에 15g)의 아이가 수술을 견뎌낸다는 것은 수술의 종류를 불문하고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런 경우의 수술은 병원에서도 부담이 된다고 하네요. 나중에 원장님도 말씀하셨지만 탈장수술 자체가 난이도가 있는 수술은 아니지만 고봉이가 너무 어린 부분이 수술 난이도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수술 비용. 적은 비용이 아니기 때문에 펫샵과 필요하면 사전에 상담해오라는 현실적인 조언입니다.

검사를 위해 입원한 고봉이 남편은 옆에서 울고 있었고(어제 제가 없었던 6시간 동안 무척 정이 들었어요.TT) 저라도 이성적인 판단을 내려야 할 때입니다. 수술 비용을 여쭤볼게요. 수술 비용은 최소 50만원부터 시작해 열어서 탈장만 있으면 다행이지만 장간막 유착이 돼 있으면 복잡해지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더 발생할 수 있어 수술이 더 위험할 수 있다. 이후 입원을 포함한 여러 비용까지 고려하면 100만원이 넘을 것이다. 아! 그 정도 비용이면 펫샵과 상의할 필요 없이 수술할 수 있습니다. 하루 기다려 연계병원에 보내고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보다(아까 말했지만 수술비용만 할인) 설령 코본이가 수술 중 실수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어제 하루 우리에게 준 기쁨을 생각하면 기꺼이 지불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바로 수술해 달라고 했습니다. 나중에 남편한테 물어봤더니 자기는 천만원이 들어도 수술을 시키려고 했대요. 천만원을 들여 살아난다면 당연히 수술을 시켜야겠지만 아닐 수도 있지만 그건 좀 다르지 않을까…(웃음)

수술 직전 고봉이의 모습, 아이가 힘이 전혀 없네요 TT 원장님께 이 말을 듣던 시간에 밖에서는 갑자기 천둥이 치고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확실히 조금 전까지 엄청 맑았거든요. 고봉이가 다니는 동물병원은 다행히 일요일에도 8시까지 진료를 받고 원장이 외과의사입니다. 저희가 수술을 하기로 했으니 8시 이후에 병원 문을 닫고 응급수술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다행히 아침부터 수액을 맞은 상태인 고봉은 마취만 하면 수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고봉이는 밤 9시쯤 수술대에 오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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