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하지 않은 스릴러 영화로 추천 넷플릭스 영화 <나를 찾아줘>–

그냥 넷플릭스 메인에 표시돼 눌렀다. 나를 찾아줘라는 제목에 익숙했고 주연 벤 애플렉도 오랜만이어서. 처음에는 <나를 찾아줘>라는 제목만 보고 “어? 이건 한국영화 아니었나?”라고 했지만 같은 제목에 이영애가 주연인 한국영화도 있었다. 혹시 같은 내용인가 했더니 그게 아니었다.

결혼기념일에 아내가 사라졌다는 처음 몇 장면을 보고 뭔가 익숙했고, 내가 또 예전에 봤는데 기억이 나지 않느냐는 합리적인 의심을 했다.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니까. 그러다 조금 지나 내가 <사라진 밤>과 헷갈린다는 것을 알게 됐다. 거기서는 아내의 시체가 사라졌으니, <나를 찾아줘>에서는 아내의 실종으로 시작하는데 헷갈릴 줄이야. 부부 중 누군가가 범죄 피해자가 되면 상대방이 가장 먼저 의심받는 설정은 너무 분명한데 아마도 너무 현실적이어서 그런가 싶어 괴로웠다. <나를 찾아서>의 마지막 편에 아내가 하는 ‘결혼은 원래 그런 거야’라는 문장이 극단에서 어디까지 소름끼치는가를 영화의 괘씸한 결말을 잘 보여준다……………………………………………………..그 결말에 조금 매워서 곧 후기를 쓰게 되었다. 역시 내 포스팅의 가장 큰 원동력은 분노인 것 같다.

===== 스포일러 있음======

주인공의 아내 에이미는 부모가 에이미가 어렸을 때 내놓은 동화 ‘어메이징 에이미’가 유명했던 덕분에 동화의 실제 주인공으로 주목받으며 부유하게 자랐다. 개인적으로는 이 설정이 <나를 찾아줘>에서 가장 중요한 설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동화 속 에이미는 무엇이든 잘하고 성공적으로 미션을 이뤄낸 아이였지만 사실 현실의 에이미는 그렇지 않고 ‘어메이징 에이미’가 워낙 유명해졌고 주변에서도 에이미를 동화 속 에이미로 접하다 보니 주변의 기대에 맞춰 거짓말을 잘할 수 있고, 자신이 주변의 기대대로 살아온 것에 대한 반항 심리 같은 것이 작용해 가까운 사람들을 자신이 조종하고 싶어 자신의 통제 아래 두려워하는 성향도 생긴 것 같다.

에이미가 그저 실종자일 때는 몰랐지만 에이미가 사이코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이 배우가 영화 ‘퍼펙트 케어’의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임을 알고는 에이미가 더 나빠 보였다. 그래… 미친 에이미, 그렇게 하자 그런데 닉은 또 어떻게 된 건지… 결말에 끝까지 에이미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닉을 보고 있자니 이것이야말로 현실의 공포라고 생각했다. 닉 말대로 에이미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태어나는 아이에 대한 책임감일 수 있지만 깊이 들어가면 돈이 가장 크지 않을까 생각했다. 에이미의 뜻을 거스르고 어떤 보복을 어떻게 받을지 두렵기 때문일 수도 있고, 에이미의 말처럼 대외적으로는 납치범에서 간신히 탈출해 살아 돌아온 아내를 버린 비정한 남편이 되면 본인뿐 아니라 동생 마고에게도 피해가 갈 것 같고, 유일한 수입원이었던 바(bar)도 아내 명의여서 자신과 마고 둘 다 경제활동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므로 책임감이라는 제목으로 합리화해 에이미 연극에 뛰어든 것 같다. 게다가 그 연극에서는 에이미와 함께 큰 돈을 벌 수 있다.

‘나를 찾아줘’ 이미지를 찾고 있었는데 배상훈 교수님의 사진이 있어서 괜히 기뻐서 여기에 넣어봤다.미국 범죄영화나 소설을 접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그곳에서는 범죄마저도 너무 콘텐츠로 취급된다는 느낌. 살인 같은 강력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도 유명해지면 자서전을 내고 인터뷰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너무. 이상하다. 순간적인 이슈가 되는 건 그렇다 치고 무슨 자서전도 낼 것인가. 더 놀라운 것은 그런 것을 출판사나 미디어 측이 먼저 제안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왕이면 더 유명한 범죄자가 되려 한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다. 그런 것을 보고 있다면 피해자나 피해자의 유족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건 사회 전체가, 나라 전체가 2차 가해를 하는 거 아닌가? 가해자든 피해자든 언론과 언론에 익숙해야 하는, 그렇지 않으면 의외의 포인트로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이 놀랍다.

이것저것 배경적인 잡념을 제외하고 나를 찾아줘 영화 자체만 보면 지루할 틈 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처음에는 남편 닉이 진짜 범인인지…하면서 보고 사이코에이미의 자작극임을 알게 된 후 에이미가 어느 정도 미쳤는지 보는 재미(?)가 있고 에이미가 돈을 털려 위기에 처했을 때 또 어떤 미친 짓을 꾸미는지 보는 재미도 있다. 에이미가 스토커를 죽이는 장면 외에는 잔인한 장면도 없다.(에이미가 스토커를 죽일 것 같아 눈을 돌려 소리로만 듣고 있었고, 조금 조용할 때 눈을 들었지만 피가 완전히 나 있었기 때문에 그 장면이 잔인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에이미가 돌아왔을 때 남편 닉을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하며 보는 스릴도 있다.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쩌면 그게 가장 무서운, 오랫동안 무서운 결말이기도 해서 이번 여름에 보기에는 딱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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