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만 6배 엄청나… 배우 정원주가 투자처 고르는 법 [북미TALK]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2021.01.220 3:22 의견 남기기 [북미TALK] 단칸방에서 노점했던 배우 정원주, 수 십억원대 자산가가 되기까지
돌이켜보면 쉽지 않은 나날의 연속이었다. 전쟁과 극심한 빈곤, 사별, 그리고 긴 무명 생활까지. 배우 정원주(82) 씨는 이런 힘든 시간을 견뎌냈다.
그런 그가 “지금은 걱정거리가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 오랫동안 욕심내지 않고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하다 보니 수 십억원대 자산가가 된 덕분이다.
최근 연예계의 숨겨진 투자 달인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온라인상에서 새삼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정씨를 15일 서울 서초구 ES우리안과에서 만났다. ES우리안과는 그가 홍보대사 겸 시니어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병원이다.
인두로 지폐를 다림질하던 어머니에게서 배운 절약정신.아직 물 한 방울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제가 14후퇴 때 북한에서 피난을 왔습니다. 고향이 개성이야. 여러분도 모르시겠지만 독종 중에 독종이 개성적인 상인이야. 돈만 긁어모으고 쓸 수 없는 사람들이랄까. 내가 엄마한테 그런 교육을 받았어.”
정씨가 남쪽으로 대피할 때 나이는 지금으로 치면 초등학교 5학년이다.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 그해에도 노점에서 장사를 해야 했다. 어머니가 밀가루를 반죽해 만든 빵과 도넛을 메고 나와 팔았다. 좁은 단칸방에 온 가족이 모여 살 때였다.
정 씨의 어머니는 늘 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장사를 마치고 돌아오자 화로에 달군 인두로 지폐를 굳게 다림질했다. 돈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것을 그때 배웠다. 정씨는 “엄마는 그렇게 다림질한 돈을 이불 속에 넣어놓고 10장이 되고 백장이 되면 은행에 가져갔다”고 회상했다.
이렇게 배운 절약 정신이 여전히 몸에 배어 있다. 물 한 방울, 휴지 한 장도 헛되이 쓰지 않는다. 편하게 택시를 타본 적이 없어. 한때는 아들 부부가 버리는 쓰레기까지 검사했다. 쓰레기 봉투를 풀고 아직 쓸 만한 것이 나오자 불호령을 내렸다.
저는 지금도 남이 주는 것을 받고 나머지 필요한 것은 남대문시장 동대문시장 노점에서 다 삽니다. 노점에서 사는 게 제일 싸니까. 지금도 1만원 넘는 건 사먹지 않아. 염색할 때도 파마는 얼마인지 염색은 얼마인지 물어보고 자르고 다시 잘라요. 돈 아끼는 건 부끄러운 게 없거든.”
또 하나 정 씨가 어머니에게서 배운 것은 노력하는 자세다. 그는 “엄마는 노력하는 사람을 대적할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려주셨다”며 “공부를 잘하면 끝까지 챙겨주고, 공부를 못하면 학교를 안 보내준다며 밤을 새우며 공부를 했다”고 말했다. 정 씨는 이후 숙명여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교사가 됐다.
배우 정원주 / 사진 = 머니투데이
“욕심 부리지 말고 꾸준히 투자해야 성공, 한꺼번에 수지를 맞추려다 다 잃는다” 정씨는 교사로서, 성우로 일하면서 아껴 모은 돈을 주식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1987년이 처음이었다. 당시 투자금액은 500만원 남짓. 투자도 아끼는 자세로 노력하는 자세로 접근했다.
욕심을 내서는 안 됩니다. 꾸준히 올라가는 방법을 알아야 해요. 한꺼번에 수지를 맞추려는 사람은 다 잃어버리기 마련이다. 나는 이윤이 싼 것부터 시작했어. 그런 건 틀림없어.”
시간 날 때마다 증권사 객장에 가서 앉아 있었다. 하루 종일 객장에 앉아 신문도 읽고 책도 읽고 시세와 흐름을 보며 꼼꼼히 메모했다. 안정된 주식을 중심으로 투자했다. 이익이 나면 또 안정적인 주식을 찾아 사들였다.
매일 같이 앉아 있으면 나중에 증권사 회장도 나오고 대표도 나왔지. 투자금도 점차 늘어나니 내가 아주 큰 고객이 된 것이다. 나는 그때도 그랬다. 욕심 안 부린다고. 하룻밤 사이에 일확천금되는 투자는 필요없다고. 꾸준히 쌓을 수 있는 거 손해 안 보는 거 추천해달라고 했어.”
그렇다고 전문가의 말만 그대로 믿고 투자한 것은 아니다. 정씨는 “나보다 더 능력 있고 잘하는 사람의 말은 귀담아 들어야 하는데 그걸 다 받아들이고 투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증권사로부터 은행에서 종목이나 상품을 추천받아도 절반 정도만 투자했다. 나머지는 스스로 공부하고 조사한 뒤 투자를 결정했다.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직접 투자하는 회사를 찾기도 했다. 기업 탐방을 가서는 직원들의 태도를 주로 살폈다. 겸손하고 소박한 직원이 많은 회사는 앞으로 더 잘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 직원 몇 명을 친하게 만들고 회사 내부 사정을 두루 파악한 뒤 투자를 결정했다.
SK하이닉스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도 직원들이 보인 태도에 마음이 움직였기 때문이다. 정씨가 SK하이닉스에 투자한 기간은 10년이 훌쩍 넘는다. SK텔레콤이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하기 전에 이미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2010년 초 2만원대 초반이던 SK하이닉스 주가는 최근 13만원대에 거래된다.
정원주가 강조하는 부자가 되는 법? “절약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정씨가 또 강조한 것은 분산투자다. 심사숙고해 한 판단도 실패로 이어질 수 있는 게 투자다. 그는 “실패해도 돈을 잃지 않는 방법은 욕심을 내지 말고 다양한 곳에 분산투자를 하는 것 뿐”이라며 “무슨 일이 일어나도 한쪽만 무너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부동산 투자도 그런 마음에서 비롯됐다.
연예인은 수입이 일정하지 않아요. 월급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누가 수당을 주는 것도 아니잖아. 출연해야지 돈이 나오고 출연해야지 그래서 출연하지 않아도 매달 돈 받을 수 있는 걸 만들려고 했어.”
정씨는 증권사 객장을 찾듯 꾸준히 중개업소를 돌아다녔다. 매일같이 복덕방에 들러 빚 때문에 일찍 나오는 것이 없는지, 싸게 나온 것은 없는지 찾았다. 그는 “이렇게 급매물로 나온 물건은 깎는 것도 좋고 나중에 잘 보관하면 가격이 크게 오른다”며 “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자리에 있는 건물은 확실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배우 정원주 / 사진제공=ES우리안과
이제 정 씨는 돈 걱정 없는 삶을 즐기고 있다. 그동안 소중히 여기는 즐거움만 알고 살았는데 이제는 주는 즐거움도 알게 됐다. 며느리들, 손주들이 찾아올 때마다 용돈을 주는 게 그리 행복하지 않다고 한다.
그렇게 힘들게 살았는데 이제는 큰 소리로 말할 수 있지 않느냐. 내가 베풀게 지금은 돈을 써도 자리를 잘 못 잡겠어. 돈 쓸 때 자리 나면 안 돼. 이제는 돈을 써도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할 때가 되었으니 베풀어야 한다. 지금은 곤란한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가지 않아요. 하늘에서 나를 이렇게 부자로 만들어 주었으니 나도 부자가 되려고 한다.”
정씨는 마지막으로 부자가 되기를 꿈꾸는 청년세대에게 아끼는 재미를 가져보라고 조언했다. 공들인 탑이 무너지지 않도록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너무 짠한 얘기만 한 것 같아 미안하지만 부자가 될 방법은 따로 없어요. 멋지게 인생을 마치려면 돈이 필요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돈의 소중함을 알아야 합니다. 쓰는 재미보다 모으는 즐거움을 가지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어요.”
출연 정원주 배우, 한정수 기자 촬영 방진주 PD, 이주아 PD 편집 방진주 PD 디자인 신성용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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