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의 전령 혜성과 오르트 구름

태양계 최외곽에는 먼지와 얼음 등이 굳어진 수많은 천체가 흩어져 있다. 그 수는 1조 개가 넘고 크기는 수 밀리미터에서 수십 km까지 다양할 것이다. 카이퍼 벨트 너머 태양의 중력이 조금이라도 미치는 범위를 통칭하여 오르트 구름이라고 한다. 태양계를 매우 넓은 범위에서 둘러싸고 있는 이 구름은 태양계의 전초병이다.이들 전초는 다른 항성의 접근이나 떠돌이 행성의 접근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필요에 따라 직접 왕에게 보고하기 위해 태양으로의 먼 여정을 마다하지 않는다. 멀리 있는 초병은 수만 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이 초병들은 태어나서 한 번도 태양계 안쪽에 가본 적이 없었다. 처음으로 한양 구경을 하는 설렘을 안고 햇빛을 등대로 삼았고, 지금은 초병이 아닌 전령으로 긴 여정에 선다.여정의 막바지에 이르러 목성 궤도까지 진입할 무렵 태양광이 상당히 강해져 표면의 얼음에서 서서히 증발하기 시작한다. 전령은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증발한 물질은 비행기 연기처럼 뒤로 긴 꼬리를 만든다. 지구 근처에 오면 표면 아래에 있는 얼음도 녹아 격렬한 폭발이 일어난다. 방대한 양의 물질이 꼬리를 만들어 그 길이가 1억㎞를 넘기도 한다. 또한 수증기는 태양의 강한 자외선에 의해 이온화되어 태양풍이 불어오는 반대 방향으로 이온꼬리가 생긴다. 그래서 진행방향 반대편에 생기는 먼지의 꼬리와는 방향이 다른 두 꼬리가 생기는 것이다.이맘때면 지구인들은 이 전령들의 멋진 모습을 보고 혜성이 왔다고 열광한다.혜성은 마침내 왕인 태양에게 감격 보고를 한 뒤 다시 변방으로 돌아가지만 가끔 행성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 행성의 인력으로 궤도가 변경돼 변방으로 돌아갈 수 없고 태양계 안쪽에서 태양을 공전하는 단주기 혜성이 되기도 한다. 이 혜성들은 지구 궤도에 정기적으로 먼지를 떨어뜨려 유성우라는 별똥별 쇼를 보여주는 즐거움을 준다.76년 만에 태양을 한 바퀴 도는 해리 혜성은 가장 유명한 단주기 혜성이다.때로는 아예 행성과 충돌하는 경우도 종종 일어난다. 이때 혜성은 자신이 가진 물을 아낌없이 행성에 준다.그런데 혜성의 정체를 몰랐던 옛날에는 혜성이 나타나면 불길한 징조라고 생각하며 공포에 떨었다. 그러나 그것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다. 혜성이 온다는 것은 태양계 외곽에서 미지의 천체가 중력 섭동을 일으키고 있다는 신호이며, 그 미지의 천체 X가 지구와 충돌하는 대사건의 전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지구 마지막 날에 소설이 현실이 되는 일이 있다면 그 전에 수백 개의 혜성이 한꺼번에 날아와 그 위험을 미리 알릴 것이다.혜성은 태양계의 위험한 외부 침입자의 존재를 알리는 중요하고 고마운 전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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