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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전히 살려고 할 틈만 있으면 환자들에게 얌전히 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남들과 달리 보인은 녹내장에 걸리기 때문이다. 녹내장이 없는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과로하고 스트레스에 젖어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살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요즘처럼 살기 힘든 세상에서 직업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직업을 찾기도 힘들고 가진 직장도 모호하게 유지하면서 살아야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가끔은 녹내장 치료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려는 환자가 있다. 물론 눈이 보여야 직장생활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의사 입장에서는 눈 치료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식으로든 거절할 리 없다.
그러나 녹내장은 죽는 병이 아니다. 혈압이 높으면 당뇨병이 있다고 해서 직장을 그만두는 사람은 자주 있습니까? 녹내장도 마찬가지다. 안약을 넣었다고 직장을 그만둘 필요도 없고 수술을 받기 위해서도 역시 그럴 필요가 없다. 직장을 그만둔다고 인생이 더 편해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물론 개인마다 사정이 다를 것이다. 안약의 부작용으로 충혈이 심해 사람을 접하기 어려워지는 경우가 흔하고 수술을 받기 위해 불과 며칠이라도 휴가를 내기 어려운 직장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병은 알리고 자랑하라고 말했다. 내가 녹내장에 걸렸다는 것을 주변에 알리고 치료제 때문에 충혈된 것을 주위에서 이해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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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직장에서 어쩔 수 없이 과로를 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쉴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활용해 몸을 회복시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 과로했다고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거나 그동안 못했던 취미생활에 몸이 힘들 정도로 집착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실제로 많은 환자가 밤새 컴퓨터 게임을 하면 다음날 안압이 높은 상태로 병원에 오는 것을 자주 본다.
직장생활에서도 어쩔 수 없이 회식 자리에서 음주하게 될 수도 있고 동료들과 흡연해야 하는 분위기에 놓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때 똑똑하고 얌전히 피할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병을 알려 양해를 구해야 하지만 만약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손해를 봤더라도 어느 정도까지는 감수할 각오를 해야 한다.
▶오늘의 한 문장◀녹내장에 걸렸다는 사실을 숨기지 말고 주변에 널리 말해 양해를 구하자.
▶생생한 경험담◀녹내장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함께 걱정하고 위로해주는 많은 분들이 계셨다. 그분들의 소소한 말 하나하나가 마음에 와닿고 든든한 힘이 됐다. 나보다 먼저 녹내장 진단을 받은 분들은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좋은 영양제를 추천해 주셨다. 병은 혼자 고통받는 것보다는 널리 자랑하는 게 낫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물론 얌전하다는 단어에는 부정적인 어감이 있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주위의 도움을 받는 것과 얌전히 사는 것은 차이가 있지만 의미상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알 수 있다.
요즘 세상에 녹내장 환자에게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갈망하는 자가 있다면 그가 바로 쓰레기다. 녹내장이 없어도 마찬가지다. 여기가 이중 8년이나 군대 내무반도 아니고 술 담배를 안 하면 까다로운 사람 취급? 어쨌든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당당하게 내 몸은 내가 지키는 삶을 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