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아웃으로 심채경 씨가 나온 방송 반응이 좋았어사회자인 나도 그 책 정말 좋았어. 리뷰 소개를 듣자마자 뭔가에 매료된 것처럼 만들겠다고 주문한 책.심채경 씨의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별 5개 주자
겨울방학에 반쯤 읽었다가 어느 순간부터 일에 치여 집중하지 못하고 놓았던 코스모스도 다시 읽는 열정을 지필의 도화선이 되어 줄 것만 같았던 책.그 예감은 적중했다.코스모스를 다시 따라 읽자 지난 겨울 서머리 노트를 먼저 보고.
사실 책을 읽고 바로 사 놓았는데 다른 책이 밀리자 친구와 함께 읽기로 선정하고 마침내 펼쳐들었다. 함께 책을 읽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세상을 더욱 다채롭고 행복하게 해준다.
책을 읽기 전에 ‘독서아웃’ 심채경 씨 방송 먼저 들었다.즐거운 일이 따로 없었던 일상, 매 순간 열심히, 성실하기만 있어 반가운 웃음이 희박한 일상에서 책임 있는 아웃 방송은 바로 비타민이었다.아름다움이 묻어나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성과 합리성을 장착한 과학자의 언어를 말하는 심채경 씨. 그리고 책을 읽으며 이미 심채경 씨에게 반한 김하나 작가의 진행.한 번만 듣고는 아까워서 출퇴근 길에 두 번 물었다.
천문학도 문학이라는 김상욱 물리학자 추천사가 과연 정확한 추천사처럼 얼마나 성실하게 책을 읽어온 사람인가를 느끼는 행간의 여운이 무척 좋았다.한 분야에 대단한 애정을 가지고 그 애정을 바탕으로 성실히 연구하는 천문학자의 말.읽을 책에서도 천문학에 관련된 부분은 열심히 읽으면서 이것이 진위 정도인지도 따지고 음악에서도 우주 관련 노래라면 다시 듣는 작가의 일상을 상상했다.책에서는 방탄소년단의 소우주, 134340, 문차일드, 메이비의 알 프로미 애블 1689 등의 곡도 언급했다.달 프로젝트에서 달로 가는 우주선에 BTS 노래가 3곡이나 목록에 들어있다고? 이 또한 놀라운 일이다.천문학과 관련됐다면 미세한 것까지 감지하는 레이더를 달고 사는 한 연구자의 삶이 담담하게 말걸어 좋았다.몇몇 지식은 수업 중에 다뤄야 할 것 같아 메모도 해 놨다.코스모스보다 조금 더 명확하게 적혀있어 정리가 편했다.만원권 뒤편의 보현산천문대, 혼천의, 천상열차 분야 지도도 일반상식적으로나 천문학적 상식적으로 재미있고, 달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지구에서 보는 달보다 네 배 커 보일 것이며, 지구는 늘 같은 위치에 있을 것이라는 말도 꽤 감동적이었다.달에서 지구를 향한 창을 내놓고 바라보면 내가 떠나온 지구 이곳저곳이 그립고 안타까울까, 아니면 지구의 모습이 황홀해 넋이 나갈까.그 모습을 상상하니 너무 기뻐서 그림으로 그려봤다

유학을 안 갔다 온 협동기로 아이를 키우면서 사는 엄마의 삶도 공감되는 부분도 있고어머니가 일을 한다는 것. 이 짧은 문장 속에는 너무나 많은 한숨이 담겨 있다. 그 말씀에 나는 두말없이 한숨이 흘러나왔다.
국내 천문학계는 매우 좁지만 천문학의 범위는 천문학적으로 넓다/천문학이라는 미래에도 변함없이 살아남는 시간과 상관없는 기본 지식/이라는 작가의 말에 천문학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를 느꼈다.
- 유니버스 : 자연 그 자체로서의 우주 – 코스모스 : 질서와 조화 측면에서 본 우주 – 공간으로서의 우주.
- 이소연 우주인을 다룬 부분에서는 주의 깊게 관심을 두지 않는데, 그때 왜 사람이 변했지? 그 뒤엔 어떻게 된 일일까 하는 의문만 들었지만 내가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면 분명 화가 날 진실이 숨어있다는 것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 책의 중반부에는 천문학적 지식이 나온다. 딱딱한 과학정보 소개책은 아닌 만큼 지식이 지식이라기보다는 에세이의 소재로 절묘하게 어우러졌는데 그 조화가 좋았다.
- 보이저는 수명이 다하는 날까지 전진할 것이다. 지구에서 가져온 연료는 바닥났다. 태양의 중력은 가벼워져 그 빛조차 희미하게 희박하다. 그래도 멈추지 않아 춥고 어둡고 광활한 우주로 묵묵히 나아간다.그리하여 우리는 각자의 우주를 만들어간다. 그래, 어른이 될 거야.’p.156.
- 어린왕자라면 의자에 앉아 있지는 않을 것이다. 나의 소행성이 자전하는 속도에 발을 맞추어 지평선 위에 살짝 걸려 있는 태양을 향해 한없이 걸어갈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또 흐른 뒤에도 지워지지 않는 노을 속으로. 더 이상 슬프지 않을 때까지. p.160. 해가 지는 것을 보러 가는 어린 왕자를 만난다면 나는 기꺼이 그의 장미 옆에서 가로등을 켜고 그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린다. 왜 슬픈지 따지지 않고 의자를 당겨 앉은 게 43번째인지, 44번째인지 따지지 말고 1943년 프랑스 프랑의 환율도 묻지 않는 어른이고 싶다. 슬플 때 해가 바로 지도록 명령할 수는 없지만 해가 지는 것을 보려면 어느 쪽으로 걸어야 하는지 가르쳐 준다. 천문학자가 꽤 쓸모가 있는 p.165.
- 별에서 태어나 우주의 먼지로 방랑하던 우리가 이 지구를 만난 것은 바로 우주적으로 멋진 랑데부였기 때문이다. p.172
- 우리가 명왕성을 행성으로 부르든, 왜 소행성으로 부르든, 134340으로 부르든 사회에서 의도적으로 따돌림당하고 소외당해 존재 자체를 위협받는 자의 심정을 명왕성으로 옮기려든 명왕성은 상관없다. 그 멀고 어둡고 추운 곳에서 하트 모양처럼 보여 지구인에게만은 특별한 감흥을 불러일으킬 거대한 얼음 평원 스푸트니크를 소중히 안은 채 태양으로 이어진 보이지 않는 중력의 끈을 쥐고 있을 뿐이다. 명왕성, 그리고 자신보다 작은 위성의 친구들과 서로 중력을 주고받으며 오랫동안 멈추지 않는 자신들만의 왈츠를 추고 있을 뿐이다. p.244
- 밤도 흐르는데 계절도 흐르겠지.
- 지구 밖으로 나온 우주인들처럼 우리도 지구라는 최고로 멋진 우주선을 탄 여행자들이다. 그래서 우리 인생이 그렇게 찬란한가. 여행길에서 만나면 무엇이든지 아름다워 보이니까. 손에 뭐 하나 쥔 거 없어도 콧노래가 나오니까 p.259
- 이처럼 아름다운 말들이 줄줄이 별처럼 박혀 있는 책.마지막 챕터의 제목은 <우리, 태양계 사람들>이다.우리 태양계 사람들이라니 너무 멋있잖아창백한 푸른 점에 버금갈 정도로 위로가 되는 말이다.과학논문에 항상 <우리>라고 부른다는 말도 너무 감동적이고.
- 이과형 인간이라는 책에서 굳이 명시한 과학자들의 마음속에 담긴 따뜻한 말들이 좋았다.힘들 때는 왜 그 때 더 잘하지 못했냐고 과거의 자신을 질책하게 되는데 그 때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서 인생의 다른 면을 돌보았겠죠. 이런 말을 남겨주는 교수라니
- 학교를 좋아하는 사람이 평생 다닌 학교에 대한 애정이 천문학에 대한 애정만큼이나 강해서 작가님이 말하는 대학 분위기와 그곳의 교양과목을 바라보노라면 새삼 내가 다녔던 학교의 선택의 폭이 좁았던 교양과목이 떠올라 아쉽기도 하다.김하나 작가는 독서 아웃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런 분들이 책을 많이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죽은 자의 집 청소와 마찬가지로 간접 경험으로 천문학자의 삶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좋았다고.그 말에는 은근히 질투도 났다.제가 아무리 써도 사람들에게 새롭지는 않을 거고, 김하나 작가에게도 그렇고.
- 새로운 분야로 조금씩 넓혀가는 재미는 독서의 큰 즐거움이다.확실히 그런 책을 만나서 즐거운 한 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