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재 교수, 고혈압과 비타민 C

필자는 지난해(2001년) 초 본부(관악캠퍼스) 보직을 맡아 연건캠퍼스를 떠난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근무할 때 다른 부서 간부들이 의사인 저에게 가끔 혈압을 재 달라고 부탁하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해부학을 전공했지만 그래도 의사인 제가 뭔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랬죠. 임상의는 아니지만 항상 내 몸에서 일어나는 생리적 현상, 혹은 질병의 현상에까지 관심을 가져왔기 때문에 필자는 사무실에 일반인도 자주 사용하는 전자혈압계 하나가 있었습니다. 여러 간부의 혈압을 측정하다 보면 어떤 사람은 보통 말하는 정상 범위의 혈압을 나타내는 반면 어떤 사람은 200mmHg에 가까운 높은 혈압을 나타내며 긴장시킨 적이 있습니다. 200밀리미터 Hg 가까운 혈압을 보인 그 간부는 평소 본인이 혈압이 높았다는 것을 전혀 몰랐습니다. 결국 서울대병원 혈압치료 전문가에게 소개받아 현재도 치료를 잘 받고 있지만 언제부터 혈압이 높았는지는 전혀 모르는 상태로 지내왔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르겠습니다만, 많은 사람들이 1년에 혈압을 1회 잰 적이 없기 때문에 본인이 고혈압 환자라는 것을 모르는 상태로 지내고 있다고 믿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그들은 큰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있어요. 맞아요. 그게 고혈압의 특징이거든요. 혈압이 매우 높은데도 불구하고 일상 생활에 큰 문제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고혈압은 왜 두려운 걸까요? 임상의의 지적에 따르면 높은 혈압을 장기간 방치하면 결국 동맥 경화가 발생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지속적인 고혈압은 동맥내피에 손상을 주게 되는데, 그 과정이 동맥경화 형성의 제1 전제조건임을 생각하면 고혈압 환자에게 동맥경화가 오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번 글은 혈관에 대한 물리적 손상으로 동맥경화를 유도하는 고혈압과 비타민C의 관계에 대한 글입니다. 도대체 고혈압 자체와 비타민 C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요? 조금이야기를구체화하면두가지측면에서살펴볼수있다고생각합니다. 직접적으로는 비타민 C가 고혈압에 어떤 영향이 있는가 하는 것이 되고, 간접적으로 비타민 C가 동맥 혈관에 어떤 영양을 미치는가 하는 점이 될 것입니다.

첫 번째 측면과 관련하여 1999년에 드디어 집요한 비타민C 연구자 몇 명이 매우 어려운 실험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즉 비교적 많은 양의 비타민 C가 사람의 고혈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험 보고였습니다. 사람을대상으로하는실험에서학문적가치를인정받기위해서갖추어야하는필수조건이세가지있다는것을먼저알아야합니다. 첫번째는실험대상을무작위(randomized)로추출해야한다는것입니다. 실험자의 취향에 맞는 사람 마음대로 실험군을 선택하면 결과 도출 및 해석으로 임의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두번째는위약(placebo-controlled)을 투여받는 군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비타민 C로 말하자면, 시큼하게 제조된 가짜 비타민 C가 실험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로 실제 실험을 실시할 때, 진짜 약과 가짜 약을 줄 때, 실험을 하는 사람과 당하는 사람이 자신이 진짜 약을 먹고 있는지, 가짜 약을 먹고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double-blinded test). 즉 이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비로소 사람을 가져간 실험은 과학적 객관성을 인정받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꿈처럼 위의 세 가지 조건을 만족시키는 비타민C에 대한 연구 결과를 프라이 등의 학자들이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란셋(Lancet)에 발표했는데, 그 내용 즉 비타민C가 직접 고혈압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 실험이 몇 개월 정도 짧은 기간의 결과를 관찰한 것이므로 근본적으로 비타민C 자체가 장기간(예를 들어 평생) 혈압 저하효과를 나타내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실험의 결과는 여러 사람을 대상으로 학문적 요건을 갖춘 실험의 결과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비타민 C가 동맥 혈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 봅시다. 미국 남가주 대학의 예방 의학자가 잘못 보고해 한때 전세계를 놀라게 했던 보고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즉 비타민C를 많이 복용하면 동맥경화가 생긴다는 보고를 학자가 했는데, 이는 실제 동맥벽의 중산층(T.media)이 두꺼워지고 동맥의 탄력성이 커지는 등 동맥경화 형성과 정반대의 결과를 알지 못하는 학자들이 일으킨 소동이었음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즉 비타민C는 적당량을 복용하면 동맥혈관이 튼튼해진다는 점에서 고혈압 환자에게 오히려 잘 견딜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상의 결과 외에도 비타민C는 동맥내피세포를 끊임없이 공격하여 손상시키는 유해산소의 독성을 차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고혈압에 의해 혈관손상이 생기고, 그로 인해 최종적으로 나타나는 동맥경화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고혈압과의 관계를 끊을 수 없는 것입니다. 부디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비타민C를 꾸준히 복용하여 아는 만큼 건강의 복을 누리는 기쁨을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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