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텔 P203 샤프

이번에는 샤프하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점점 손으로 글씨 쓰는 일이 별로 없어질 것 같아. 컴퓨터가 모든 것을 해주는 시대로 바뀌고 있는데 아마 우리 세대 정도가 딱 그 중간에 있지 않을까 싶다. 전문적인 제도 분야는 이미 캐드로 많이 대체됐고 일상에서의 필기도 점점 사라질 것이다. 그래도 아직 학생들은 손으로 뭐 많이 쓰고 있겠지?

내가 회사에 가지고 다니는 필통이야. 나도 특별히 글씨를 잘 쓰지는 못해. 왼손잡이에게 악필에 가깝다. 하지만 내가 글씨를 예쁘게 써야 할 일이 딱히 없었기 때문에 크게 그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나는 주로 펜을 많이 사용해. 책에 메모를 많이 하는 타입이야. 주로 원서를 보면서 공부할 때 그렇다. 형광펜으로 선을 그어 옆에 내 생각을 쓰는 건데 그게 날렵하게 하면 시인성이 뚝 떨어지니까 펜을 이용한다.군대 때부터 쓰던 ZEBRA 4색 클립온을 주로 사용하고 요즘은 FRIXION이라는 지워지는 펜도 자주 쓴다. 그러고 보니 전부 일본 제품이네?

어제 퇴근길에 폐업하는 문구점이 있어서 들러서 사버린 펜텔 샤프다. P203, 무려 0.3mm 샤프하다. 그동안 나는 0.5 이외에는 사용해 본 적이 없어. 정확히는 쓸 일이 없다는 게 맞을 거야. 그런데 최근 회사에서 그림을 좀 그릴 수 있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옛날 문방구에서 파는 제도 1000과 많이 비슷하지만 찾아보니 역시 원조는 펜텔이었다. 한국은 뭐 일본꺼 많이 복사했으니까 샤프도 마찬가지였겠지?

내가 가지고 있는 샤프다. 맨 위의 흰색 샤프가 내가 약 20년간 사용한 로틀링의 틱키 II가 된다. 일단 명색이 제도 샤프로 되어 있지만, 나는 일반 샤프와 제도 샤프의 차이를 모른다. 참고로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게 원래 샤프하게 로틀링, 티키라고 쓰여 있었는데 다 사라졌다. 독일 브랜드라서 튼튼함은 정말… 잃어버리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 외에도 팬텔, 스태들러 샤프가 있지만 사실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오로지 로틀링만 사용했다. 학교 졸업할 때, 회사 입사할 때 하나씩 생긴 것 같은데 그냥 갖고 있을 뿐이다.

회사에서 그려본 것이다. 거의 4년째인데 이제 와서 이런 일을 겪고 있다.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좋은 기회가 온 것 같다. 직접 손으로 그려봐야 한대 아무튼 내가 0.3mm 제도 샤프가 필요한 이유가 이거다. 상세한 그림을 그려보면 선이 얇아야 하는데 0.5도 두껍다.

하긴 달라 옛날 사람들이 하이테크 c펜이 그렇게 좋다고 극찬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실제로 필기용에서는 0.3도 0.5도 큰 차이가 없는데 그림을 그릴 때는 너무 느껴진다. 그래서 다음 주부터는 얇은 샤프로 그림을 그려보면 좋을 것 같아. 앞으로는 저런 상세 도면도 다 캐드로 그릴 거야. 솔직히 말하면 나도 캐드 사용에 꽤 익숙해서 손칼면보다 캐드가 훨씬 빠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역시 올드 패션이기 때문에 사람이 무언가를 직접 하는 ‘감성’이 중요하다. 너무 비효율적으로 손으로 다 하는 것도 문제겠지만 내가 못하는데 도구에 의존하는 것도 싫다. 기계는 시간을 단축하는 도구로 활용할 뿐이다.2020년3월22일 오전1시45분 내방컴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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