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미 김효정 공연 칼럼니스트
며칠 사이 부쩍 추워졌다. 설악산에 첫눈 소식이 들려오다 갑자기 영하권을 맞게 됐다. 쌀쌀한 공기가 코끝에 닿으면 떠오르는 경우가 많은데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떠오르는 것은 수능일 것이다.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은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올해는 특히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초부터 전 세계적으로 유행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온라인 수업과 대면 수업을 병행해야 하고, 이에 원래 예정보다 수능이 한 달이나 연기되면서 걱정이 앞선 것이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수험생을 위한 시험장이 병원과 생활치료시설에 별도로 마련돼 당일 모든 수험생은 마스크를 쓴 채 장시간 시험을 치러야 한다. 전례가 없는 이런 상황에서 이번 수능 당사자들은 과거 초등학생 때는 신종플루, 중학교 입학 후에는 메르스를 겪은 세대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더욱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들을 불행하게 이기는 유일한 세대는 임진왜란에서 병자호란을 겪은 1570년대생 조상들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험생이 아니더라도 올해는 지구상 전 인류가 계절의 변화마저도 마스크 속에서 느리게 느끼는 한 해가 아닐까. 초등학교에 처음 입학한 1학년 학생들은 ‘짝꿍’이라는 단어를 헷갈리게 됐고, 고등학교 졸업식도 대학 입학식도 없이 대학생활을 시작한 신입생들은 꽃다운 캠퍼스 라이프를 맞이하지 못한 채 온라인 수업에 적응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로 인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과 부모님들을 위해 지난 4월부터는 EBS에서 <생방송 우리집 유치원>이 방영되고 있다. 유아가 배워야 할 교육을 누리과정에 맞춰 준비한 이 방송은 특별 편성된 것이지만 이미 세 번째 시즌이 연말까지 연장을 결정하면서 가정보육 콘텐츠로 사랑받고 있는 중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진행을 맡은 사람은 해바라기씨와 태권도를 좋아하는 귀여운 햄스터 ‘함팡이’, 그리고 힘차고 밝은 에너지가 가득한 ‘힘쌤’이다. 매일 아침 힘선생님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을 보면 왠지 낯선 느낌이 든다. 아니나 다를까 2012년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에서 공연된 뮤지컬 13에서 인기 축구선수 브렛 역을 맡은 배우 초룡이다.

뮤지컬 ’13’은 2008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퍼레이드’, ‘라스트 파이브 이어즈’ 작곡가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의 대표작 중 하나다. 현재는 넷플릭스에서 이 작품의 영화화가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뮤지컬이 유명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는 출연진과 밴드가 모두 10대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스타들의 데뷔작이라는 점인데 미드 <다이너스티의 1%의 1%>로 잘 알려진 배우 엘리자베스 길리스와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가 이 작품에서 등장했다. 지난 2012년 국내 초연 당시 <빌리 엘리엇>에 출연했던 정진호, 김범준, 안민기, 육예원 등이 출연진에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이들 외에도 지금 주목받는 뮤지컬 신인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는데 뮤지컬 ‘스위니 토드’, ‘니진스키’와 뮤지컬 영화 ‘알라딘’ OST에 참여한 신재범, ‘맘마미아!’ ‘웃는 남자’ 이수빈, ‘그날들’, ‘웰텔’, ‘빨래’에 출연했던 박도연의 풋풋한 시절을 확인할 수 있다.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만날 수 있는 뮤지컬 배우는 초룡만이 아니다. 연기와 노래, 춤, 그리고 체력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인지 다재다능한 뮤지컬 배우들이 다양한 어린이 프로그램에 오래전부터 등장해왔다. 최근 프랑스 극작가 플로리안 제레르의 연극 ‘아들’에서 아버지 피에르 역을 맡아 호평을 받고 있는 배우 이석준도 과거 어린이 프로그램에 등장한 바 있다.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 ‘전설의 웃음화상’으로 유명한 EBS <바나나 탄 키키>의 키키 역을 맡은 것이다. 지금의 대학생 신입생들이 태어난 2001년 방영이 시작된 <바나나 탄 키키>는 한글, 수학, 음악을 유아들에게 알려주는 교육 프로그램이었다. 이석준의 뒤를 이어 2대째 식사로 활동한 사람은 연극 ‘여월 미키짱’, ‘자이니치’, ‘흑백다방’ 등에 출연한 배우 윤상호였다.
키키보다 1년 먼저 시작한 EBS 장수 프로그램 ‘방귀대장풍이’도 뮤지컬 배우들이 많이 출연한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초대 짜잔 형 권현준은 뮤지컬 ‘매형’, ‘지하철 1호선’ 등에 출연해 ‘맨 오브 라만차’의 산초 역, ‘빨래’의 구씨 역을 맡은 바 있다. 그는 2005년까지 짜잔형으로 활동했고 2006년부터는 KBS TV유치원에서 팜 역으로 등장한다. 당시 <TV유치원>에는 반가운 얼굴이 한 명 더 있었는데, 바로 샤란 역에 배우 오나라가 출연한 것이다. 이미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아이러브유’, ‘김종욱 찾기’, ‘싱글즈’ 등에서 무대 위 ‘로코퀸’으로 자리매김했던 그의 통통 튀는 매력이 ‘TV유치원’을 통해 더 많은 대중에게 전달될 수 있었다.
지난 2007년에는 MBC <뽀뽀아이조아>에 뮤지컬 배우 최정원이 아라언니 역으로 등장해 진행을 맡았는데, 당시 슈퍼주니어 신동도 함께 출연해 화제가 됐다. 조승우의 누나이자 <지하철 1호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하드록 카페>에 출연한 배우 조소연 역시 짧은 시간이었지만 EBS <딘유치원>에서 동이 누나를 한 바 있다.
〈방귀대장풍이〉의 역대 짠돌이 형 계보를 보면 뮤지컬 배우들이 상당 부분 지분을 차지하는데, 위에서 언급한 초대 짠이 형 권현준 이후 뮤지컬 〈비스티〉, 〈공동경비구역 JSA〉의 배승길과 〈베어 더 뮤지컬〉, 〈시델레우스〉의 정휘가 짠이와 함께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줬다. 이 밖에도 <오페라의 유령>에서 필만 역과 <지킬 앤 하이드>에서 댄버스 역으로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배우 김봉환도 1990년대 KBS <TV 유치원 1, 2, 3>에 출연한 바 있으며, <더 악마>, <록키 호러쇼>, <셜록 홈즈>의 송영진도 EBS <딩동댕 유치원>에서 ‘징가 아저씨’로 활약했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공연된 <아이다>에서 멜렙 역을 맡아 호평을 받은 유승엽도 EBS <생방송 톡! 톡! 보니하니>, <방귀대장 뿡이>에 출연했고, 2016년에는 <빵빵요리버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브라운관과 무대를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는 배우 정상훈은 얼마 전 종영된 EBS 창의음악 교육 프로그램 <무엇이든 뮤직박스 시즌3>에 출연했다. 옹헤야부터 샹송까지 폭넓은 음악적 시각과 접근을 아이들에게 전하는 이 방송은 하하와 데프콘이 지난 시즌 진행을 맡았다. 그 바통을 이어받은 정상훈은 시즌3 첫 방송에서 자신이 출연한 ‘맨 오브 라만차’ 뮤지컬 넘버를 직접 시연해 선보였다고 한다.
어린 시절 즐겁게 함께했던 반가운 얼굴이 그립다면 이들이 출연하고 있는 무대를 찾아 배우들의 또 다른 오늘 모습을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필자는 솔앤컴퍼니의 작품개발 부서에서 R&D 업무로 공연 일을 시작해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 잡지 ‘더뮤지컬’에서 온라인 콘텐츠를 기획, 제작했다. 이후 창작 뮤지컬 <공칠팔 다시 육>, <레드북>, <서울뮤지컬아티스트페스티벌>, <신성일의 프러포즈> 등에서 제작 PD를 맡았으며, SK행복나눔재단과 우라늄문화재단에서 공연 인재 육성 및 교육 프로그램을 담당하였다.콘텐츠를 더 보는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부터 함연지까지 이들이 애창한 <패니걸>의 <돈트레인 온 마이 파라…blog.naver.com 디스코와 뮤지컬 <그룸 김효정> 공연 칼럼니스트 트로트의 열기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올해는 디스코…blog.naver.com 주목할 만한 세계 연출가들의 <글룸> 김효정 공연 칼럼니스트, 길고 즐거웠던 추석 연휴가 끝났다. 이…blog.naver.com
